2023-09-28

잠들지 않는 나무 - MBC 월화드라마 (박상원 정애리)

현대무용을 하며 생활을 위해 제재소에서 일하는 남자(박상원). 의사의 아내로 안정된 일상을 살아가던 여자(정애리).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불꽃같은 사랑 이야기......

왼쪽부터 정애리,박상원, 최진실
정애리, 박상원, 최진실. 출처 키노라이츠, MBC홈


잠들지 않는 나무 (MBC)

: 1989.04.10 ~ 05.02 방영. 8부작. 이관희 연출. 조소혜 극본. 박상원, 정애리, 현석, 최진실, 윤여정, 김창완, 김용림 등 출연.


기억하기론 여자 주인공이 남편을 잃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처지인 줄 알았는데 줄거리를 찾아보니 뭐?! 남편이 있다고? 허걱. 방영 당시 뭔가 말이 많았었는데 그래서였구나. 지금도 불륜을 정면으로 다루는 드라마는 논란 거리가 되는데 80년대 드라마는 오죽했을까.

당시 박상원 배우는 '인간시장'의 장총찬 역으로 단박에 인기를 얻은 라이징 스타였다. 학교에 가면 쉬는 시간마다 박상원 얘기를 하는 애들이 많았다. 나 역시 장총찬에게 뿅~가서 그가 나오는 것이라면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를 했었다. 이 드라마에선 그가 춤추는 모습까지 나오니 놀라움이 두 배! 기억에 짙게 남아있는 장면도 그가 비를 진탕 맞으며 춤을 추는 모습이다. 세상 다 잃은 듯한 얼굴로.



이제야 드라마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왜 '잠들지 않는 나무' 일까? 박상원이 일하는 곳은 베어 낸 나무를 가져다 가공하는 제재소인데,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를 유용하게 만들어주는 곳이지만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생명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처참하게 해체되는 곳이다. 그럼 왜 남자 주인공이 일하는 곳을 제재소로 설정했을까? 나무가 이리 깎이고 저리 깎여도 나무 자체인 건 변함없다, 뭐 이런 뜻? (사방에서 돌을 던져도 두 사람의 사랑만큼은 진심이기에...)

드라마 길이도 8부작이면 많이 짧은데 혹시라도 조기종영인가 찾아봤지만 기사는 안 나온다. 원래 짧게 기획된 것인지 아니면 비판 때문에 빨리 끝낸 것인지 모르겠다. 결말도 기억이 안 나니 참..? 줄거리대로라면 유부녀가 남편 아닌 남자와 밤을 함께 보내는 것이 지상파 드라마에 나왔는데 이렇게 파격적인 장면에 대한 기억은 왜 남아있지 않는 걸까? 박상원만 뜯어보느라 바빴나??




* 이 작품과 한 쌍처럼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다. KBS에서 방영한 '숲은 잠들지 않는다'이다. 아까도 드라마 정보 찾아보는데 잠들지 않는 '숲'으로 검색을 해버렸다. 두 드라마가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고만 생각했는데 방영 날짜를 보니 '잠들지 않는 나무' 끝나고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숲은 잠들지 않는다'가 방영 시작! ??? (원래는 '숲은 잠들지 않는다'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조사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이 드라마로 바꿨다)

* 2006년 고인이 되신 조소혜 작가의 빈소에서 박상원 배우가 한 말을 붙여본다.
출처 : 스타뉴스 https://entertain.v.daum.net/v/20060526064113456

박상원은 "지난 1989년 고인과 '잠들지 않는 나무'에서 처음으로 만났다"며 "원래 내 배역이 작가 역이었으나 무용을 전공한 것을 안 그가 내 역을 무용수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그는 이어 "이렇듯 고 조소혜 작가는 배우의 끼를 끄집어내는데 탁월했다"며 "수목장을 한다 하니 그의 작품 이름처럼 '잠들지 않는 나무'가 돼 좋은 곳에서 영원히 편히 쉬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3-09-16

지금 평양에선 - 북한 소재 KBS 드라마 (김병기 김성겸 허진 사미자 이치우 등)

그 옛날(?) 북한을 다룬 드라마가 있었다. 주인공은 김정일. 그의 여동생 김경희와 간부 여러 명이 비중 있게 나왔다. 김일성도 나왔었다는데 생각이 안 나고. 어렸을 적 이 드라마를 정말 열심히 보았었다. 그땐 정말 평양 관저 내부를 그대로 보여주는 줄 알았다. 김병기 배우가 진짜 김정일인 줄. 나중에 아닌 걸 알았지만 그래도 김정일 하면 실제 인물보다 배우가 더 먼저 떠오른다.

김정일 역할의 배우가 여러 자세를 취하고 있다
드라마 타이틀 (유튜브 캡쳐)

지금 평양에선 (KBS)

: 1982.11.30 ~ 1985.05.14 매주 화요일 방영. 199부작. 극본 김동현. 연출 하강일. 김병기, 문오장, 허진, 김성겸, 사미자, 김흥기, 백일섭, 이치우 외 다수 출연.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인물들이 거의 다 사이코 같았다는 느낌만 남아있다. 특히 김정일은 툭하면 소리 지르고 뭔가를 내던지고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허진 배우가 연기한 김경희도 목소리를 자주 높였던 것 같다. 실세 아닌 실세의 느낌? 아랫사람 중에는 고 김흥기 배우가 분했던 인물이 그나마 정상적이었다. 김정일이 호시탐탐 남한을 노리는 캐릭터였던 것은 분명한데 대체 무슨 얘기로 199회를 채웠을까?

1980년대에 어떻게 북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있을 수 있었을까 신기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지금은 만들라고 해도 만들기 힘들 것이다. 기쁨조 묘사 같은 것은 허구한 날 심의에 걸릴 지도. 그보다 방송사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빨갱이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이 넘쳐나지 않을까? 다시보기가 되면 몇 화쯤 돌려보고 싶긴 한데 위키백과에 의하면 남아있는 영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아깝다~

솔직히 이 드라마는 몇몇 장면만 기억에 남아서 쓸 말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쓰는 건 우리나라에 이런 드라마도 있었다고 기록해놓고 싶어서 이다. 북한의 당사자들은 이 드라마를 보고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김정일이 이 드라마를 가끔 보았으며 남측 인사에게 김병기의 연기를 칭찬했다고 한다. 이 정보에 대한 출처는 나와있지 않다)




* 김병기 배우는 훗날 MBC 드라마 '검은 태양'에서 국가정보원 원장으로 나왔다.

* 김경희로 나온 허진 배우와 김정은 동생 김여정(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이 왠지 닮은 듯 하다.

김정일 동생 김경희 역할의 허진과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
허진 / 김여정


* 1984.06.19 방영된 6.25 특집극 '함정'에 이 드라마의 출연진이 그 역할 그대로 나온다고 한다(나무위키). KBS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2023-09-03

닥터 깽 - 2006년 MBC 수목 미니시리즈 (한가인 양동근 이종혁)


배우 한가인 하면 바로 떠오르는 드라마가 '닥터 깽'이다. KBS 드라마 '노란 손수건'이나 '애정의 조건'도 생각나긴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한가인이 인상 깊었다.

양동근이 한가인을 뒤에서 끌어안고 있다
한가인, 양동근. 출처 MBC 공식홈

닥터 깽 (Dr.깽)

: 2006.04.05~05.25 MBC 방영. 16부작. 김규완 극본. 박성수 연출. 양동근, 한가인, 이종혁, 김혜옥, 김학철, 김정태, 박시은, 하석진, 오광록, 조미령, 최재원, 정겨운, 유태성, 김수겸, 원태희, 정명준, 추교진, 김하균 출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깽=건달=조폭 멤버인 양동근이 사고 현장에서 다친 사람을 구하다가 졸지에 의사로 낙인(?) 찍혀버린다. 그때 까칠한 진짜 의사 한가인과 만나게 되고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본 지가 오래되어 줄거리는 기억이 안 나지만 설정만 봐도 할 이야기가 많아 보이지 않는가.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상처가 많은 한가인이 의사 아닌 양동근을 만나 마음을 치유하는 뭐 그런 이야기.


배우마다 연기 타입이 있는데 연기 천재 양동근은 무슨 역을 하든 그 인물 같다면, 이 드라마에서 한가인은 연기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느낌이었다. 그 '애를 쓰는' 모습이 좋았다. 경력이 많지 않은, 비교적 신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열기라고 할까. 누가 한가인 출연작 중 추천을 원하면 이 드라마를 꼽겠다.


* 박성수 PD님 연출작 중에 재밌게 본 드라마가 많다. 이제는 연출 안 하시나?
* 김규완 작가님 근황이 궁금합니다~


창 밖에는 태양이 빛났다 - MBC 월화 미니시리즈 (권인하 이미연 송승환)


이 드라마가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장면 장면이 아주 감각적이었기 때문이다. 주연 세 사람이 지내는 2층 집은 세트가 아닌 실제 집 같았다. 깊이 있는 화면과 현실감이 눈을 사로잡았다. '황인뢰'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싶게 만든 드라마였다고 할까.

이미연과 권인하가 등을 맞대고 서있다
 이미연과 권인하. 출처 나무위키

창 밖에는 태양이 빛났다 (MBC)


: 1992.09.21~11.03 방영. 14부작. 황인뢰 연출. 박정화 극본. 권인하, 이미연, 송승환, 김현주, 문성근, 윤예희, 정한용, 서갑숙, 한영숙, 정혜승, 박병훈 출연.



가수 권인하가 연기를 하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지금이야 아이돌 가수들이 연기를 함께 하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지만 저 때만 해도 겸업하는 연예인이 많지 않았다. 더구나 이 분은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가 아니었던가. 더 놀라웠던 건 연기를 꽤 잘하셨다.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이 전혀 생각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재미가 컸었다.

첫 회부터 본 것 같지는 않고 이미연을 보려고 이 드라마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KBS 청소년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서와는 너무나 다른 이미지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시력을 잃은 남자와 함께 살면서 그 집에 애인을 끌어들여 이중 생활을 하는 역할이라니. 애인 역의 송승환과 이미연이 침대에서 뜨거운 일을 벌이다 권인하가 나타나자 서둘러 자리를 뜨는 장면이 있는데, 웃음을 참아가며 도망가는 두 인간이 어찌나 얄밉고 재수 없던지 잊히지가 않는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전작에서 정말 착하고 순했던 이미연의 이미지는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결말이 충격적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게 맞는지 확신이 없다. 마지막회 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지만 MBC 홈에도 정보가 전혀 없다.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세욧!)



* 원작은 롤리타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어둠 속의 웃음소리'.

* 송병준이 맡았던 음악이 아주 좋았다. 연기도 괜찮게 했던 그는 훗날 드라마 제작자가 된다.(그가 '꽃보다 남자'의 수익으로 만든 '탐나는도다'는 MBC가 편성만 잘했어도 대박 아니 중박이라도 났을 것이다. 2022년에도 시청률 30% 넘게 나오는 KBS 주말 가족극 드라마 시간대에 이걸 던져 놓다니 말이 되냐고~ 미니시리즈 시간대에만 방영했어도 시청률 최소 10%는 나왔을 거라 장담한다)

* 황인뢰 감독은 가수를 배우로 곧잘 썼다. '고개 숙인 남자'에서 눈에 띄는 신인이 있길래 찾아보니 그룹 H2O의 멤버 박현준이었다. 베스트극장 '고독의 기원'에서는 H2O의 김준원이 나쁜 남자로 나왔다. '궁'에서 베이비복스 출신 윤은혜가 채경이 역할을 그렇게 잘 해낼 줄 누가 알았을까.


2023-08-28

수사반장 - 1971~1989년 MBC 형사물 (최불암 조경환 김상순 남성훈 노경주)


뭐?! 수사반장이 880회나 방영했다고?? 자료를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그중 과연 몇 화나 봤을까? 그래도 굉장히 오래 본 것 같은데 못 본 화가 더 많은 게 분명하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나이를 먹은 지금도 가장 즐겨보는 드라마 장르가 범죄 수사물인데 아마도 수사반장이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수사반장  4인방 모습 위로 드라마 제목이 쓰여있다
MBC 수사반장 오프닝. 출처 뉴스엔

수사반장 (MBC)


: 1971.03.06~1989.10.12 방영. 총 880부작. 최불암, 김상순, 조경환, 남성훈, 노경주, 김호정 등 출연.

왼쪽부터 남성훈, 최불암, 김상순, 노경주
왼쪽부터 남성훈, 최불암, 김상순, 노경주

남자 형사 네 명에 여자 경찰 한 명은 고정 멤버였다. 여경은 노경주 배우만 생각난다. 이 분이 1983년부터 합류했다고 하니 종영 때까지 한 6년쯤 제대로 봤나 보다. 지금도 형사 캐릭터 하면 '반장님' 최불암 배우가 퍼뜩 떠오르는데 실상은 수사반장에서 이름이 뭐였는지도 모르겠다. 위키백과에는 '박 반장(찾아보니 박영한)'으로 나오지만 내게는 그저 최불암 형사 반장이다. 이렇게 기억하는 게 과연 나뿐일까?😊




어린이가 보기엔 자극적이고 수위 높은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결국 범인이 잡히고 사건이 해결되는 게 너무 좋아서 정말 열심히 보았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에피소드는 몇 개 없고 형사들이 부지런히 발로 뛰며 단서를 찾아다니고 범인을 추격해 붙잡던 이미지들만 남아있다. 그래도 기억을 짜내어 보면 법대생인 척, 전문직인 척, 돈 많은 척 여자들을 유혹해서 사기 치거나 죽이던 놈들이 주로 생각난다. 여자를 해치는 묘사가 노골적이어서 더 기억에 남았나? (성우로 더 유명한 고 박일 배우도 카사노바로 나왔었는데 너무 잘 생겼던 나머지 방송 뒤에 난리가 났다고...)

아무튼 수사반장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바로 바로 오프닝 음악이다. 캬, 지금 들어봐도 정말 잘 만들었다. 음악만 들어도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지 않은가?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로 분한 송강호와 김뢰하가 짜장면을 먹다가 입모양으로 이 음악을 따라 부르는 장면이 아주 유명하다) 



그러고 보니 형사로 나온 남자 배우 중 최불암 한 분을 빼고는 모두 고인이 되셨다. 아이러니하게도 막내 형사 남성훈 배우가 가장 먼저 돌아가셨다.
(원래는 김호정 배우가 서호정 형사로 출연했었으나 1978년 갑작스럽게 사망하셔서 남성훈 배우가 투입되었음-나무위키 참고)

 
수사반장이 리메이크 된다고 하는데, 최불암 반장님을 비롯해서 원조 수사반장을 빛냈던 배우 분들을 리메이크작에서 꼭 다시 뵈었으면 좋겠다. 사실 리메이크 얘기가 예전에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꼭 이루어지기를.

* 2023년 8월 수사반장 박영한 역으로 이제훈 캐스팅. 그밖에 이동휘, 최우성, 윤현수, 서은수 등 출연. 2024.04.19~05.18 '수사반장 1958' 방영. 리뷰를 보시려면 클릭해주세요!

수사반장 4인방 최불암, 김상순, 남성훈, 조경환
드라마 수사반장. 최불암, 김상순, 남성훈, 조경환

* 최불암 배우는 2018년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서 수사반장으로 특별 출연했다. (정경호 주연의 라온마도 강력 추천 작품)

* 2024년 현재 웨이브(Wavve)에서 일부이지만 원조 수사반장을 볼 수 있다.
https://deep.wavve.com/content/M_T67102G
 

== MBC 해피타임 수사반장 요약본 ==




= MBC 수사반장 프리퀄 드라마
'수사반장 1958' 하이라이트 =



* 수사반장 1958 리뷰

* 수사반장과 라이벌 같았던 KBS 형사25시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