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30

스캔들 (Scandle) -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손예진 지창욱 나나 / 정지우 감독]


* 이 리뷰는 감독 및 배우들 인터뷰를
전혀 보지 않은 상태에서 쓴 것입니다.
오로지 개인적인 감상이며
이와 다른 의견들을 모두 존중합니다.

 [AI로 글 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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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Scandle)


: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2026. 09. 18 공개. 총 8회.

정지우 감독. 김재중, 정지우 제작. 이승영, 안혜송 각본. 양수정, 이상현 PD. 이태윤 촬영. 유혁준 조명. 정진욱 동시녹음. 정이진 미술. 김영진 의상디자인. 송종희 분장. 홍수희 의상. 신보라 소품. 문순정 헤어. 김형주 편집. 김석원 사운드디자인. 이지연 음악. 김형석 디지털 색보정. 한태정 시각효과. 윤석진 무술. 강민석 조감독. 이강우 제작실장. 포스트 슈퍼바이저 김현덕.

손예진, 지창욱, 나나, 한선화, 강지은, 신윤하, 찬희, 이지훈, 김지안, 권도균, 서지우, 신소현, 정현준, 정기섭, 채서린, 김수현, 이담희 등 출연.

[원작]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 Les Liaisons Dangereuses'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 Pierre Choderlos de Laclos. 1782년 작)
한국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이재용 감독. 2003년 작)


NETFLIX 드라마 스캔들


리메이크 작품은 원작이나 다른 리메이크작과 늘 비교되기 마련이다.
 
사실 드라마 '스캔들'은 별로 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즐겨 가는 커뮤니티마다 어찌나 까이는지(욕을 먹는지) 측은지심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우선 1회만 좀 봐볼까 하고 시작했는데 웬걸, 이틀에 걸쳐 다 보고 말았다.

보면서 계속 든 생각은 이거였다. 뭐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 욕먹을 수준은 아닌데? 물론 혹평을 접하지 않은 채 아무 생각 없이 봤더라면 감상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졸작이 아니란 생각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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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는 드라마가 러닝타임이 훨씬 길기 때문에 이야깃거리가 더 필요했다. 드라마는 조윤(손예진)과 조원(지창욱)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채워 넣었다. 조윤은 아주 똑똑하고 재주 많은 아이였다. 하지만 여자로 태어난 탓에 과거 시험은커녕 시험장조차 들어갈 수 없는 처지였다.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여자란 비슷한 집안에 시집 가 남편과 시부모 잘 모시고 아이 낳아 잘 키우는 게 숙명이었다. 조윤이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 해도 타고난 성별을 이길 수 없는 세상이었다.

그런 조윤의 아픔을 사촌 동생 조원(지창욱)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었다. 사촌 사이임에도 두 사람은 새로운 곳에서 인생을 함께하려 했다.

드라마는 이런 서사를 공들여 깔아 놓는다. 그렇다 보니 영화보다는 드라마 속 조윤-조원의 관계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한데 조윤이 조원을 불러다 내기를 거는 장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당혹감을 느꼈다. 두 사람의 안타까운 과거에 잔뜩 이입한 상태에서, 정인(lover)에게 아무렇지 않게 사악한 제안을 하는 조윤을 보니 어린 조윤과 괴리감이 너무 큰 것이다. 줄거리를 다 알고 보는 데도 '내기 제안' 자체가 뜬금없이 느껴졌다. [영화에서는 둘이 단순한 사촌 사이가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기다 내기로 넘어가니 별 저항이 없었다.]


아무튼 또 당혹스러웠던 점은 조원과 청상(나나)의 관계 발전 과정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도 진한 애정이 느껴져야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이 생각만 드는 것이다. 아니, 대체 언제부터 청상이 조원을 좋아하게 된 거야?

영화에서는 청상(전도연)이 조원(배용준)에게 서서히 감정을 갖는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조원도 시나브로 청상에게 빠져드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런데 드라마는 보면 볼수록 이 두 사람 관계에 대한 연출이 너무나 아쉬운 것이다.

드라마 속 조원은 영화와 비교하면 난봉꾼에 스토커처럼 느껴진다. 청상에게서는 자신의 처지와 마음이 따로 노는 내적 갈등이 보이지 않는다. 하다못해 청상이 조원을 정신없이 엿보거나 몰래 얼굴을 그려보는 장면이라도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청상이 조원에게 감정을 고백할 때는 그야말로 너무 어리둥절했다.

물론 뒤로 갈수록, 특히 조원이 어떻게든 청상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에선 청상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삶을 뒤흔들 만큼의 깊이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 회에서 조원이 청상에게 진실을 밝히는 장면에서도 조원의 내적 갈등은 잘 느낄 수 없었다. [영화에서는 조원이 진실을 밝히면서 청상에 대한 자신의 진짜 감정을 알게 되는 것이 눈에 보였는데.]  

다시 말해 드라마에서는 조원이 청상을 정말 사랑하게 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에 그의 유언 같았던 말(누구한테 가란 말이오?)에 대한 설득력이 몹시 떨어진다.

자꾸 원작과 비교를 하니, 특히 드라마 후반부가 대본 및 연출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다 해석을 달리 해보니 조원이 조금은 더 이해가 되었다.

조원은 청상을 통해 보게 된 것이다, 조윤의 손아귀에서 좌지우지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더욱이 청상에게 자살을 종용하고 자신을 차지하려는 조윤의 무자비한 모습에 실망을 하다못해 회의를 느낀 것이다. 이는 평생 자신이 품어왔던 사랑에 대한 회의이자 자기 인생 전체에 대한 회의였다고 본다. 한마디로 조원의 모든 세계가 무너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지막 그의 행동이 좀 더 이해가 되었다. 어차피 원작을 따르지 않을 거라면 조원이 조윤에게 미친 듯이 분노를 드러내는 장면이 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았다. 

결론 : 드라마는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작품으로 생각하고 보는 게 좋겠다. 


* 지창욱은 KBS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 이후로 십수 년 만에 봤는데, 조원 역을 아주 잘 연기했다. 수염 분장이 썩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능청스러우면서 진지하고 가벼우면서 애절한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잘 보여주었다.

* 조윤 역의 손예진은 이 정도면 연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겉으론 자애롭고 온화한 척하지만 속에는 불과 칼을 품고 있는 캐릭터를 잘 보여주었다. 뭐 농염함은 영화의 이미숙을 따를 순 없지만. [이미숙은 사대부 집안의 안방마님이라 하기엔 넘치게 섹시한 느낌이었다. 물론 양반가의 마님이 섹시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정말 섹시한 분도 존재했었겠지.]

* 나나는 청순함과 섹시함이 공존하는 배우다. 그래서 캐스팅된 것 같은데, 외모에 너무 관심이 집중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 영화의 미술과 의상이 워낙 뛰어났기에 이 부분도 계속 비교되고 있는데, 드라마도 보면 수준급이다. 직접 보고 판단해 보세요. 누에가 오물오물 뽕잎 먹는 모습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베틀로 베를 짜고 종이 만드는 과정 등 한국의 전통 요소가 담긴 것도 좋았다. 판소리로 설명하는 장면들도 재미있었고. 화면 속 풍경들도 아름답다.

* 소설 '위험한 관계'로 만든 영화는 현재까지 네 편을 보았다. 다 재미있고 볼만했다. 모두 추천.

- 위험한 관계 : 1988년 작.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 글렌 클로즈, 존 말코비치, 미셸 파이퍼 주연.
- 발몽 : 1989년 작. 밀러스 포먼 감독. 아네트 베닝, 콜린 퍼스, 메그 틸리 주연.
-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 1999년 작. 로저 컴플 감독. 사라 미셸 갤러, 라이언 필립, 리즈 위더스푼 주연.
-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 2003년 작. 이재용 감독. 이미숙, 배용준, 전도연 주연.

* 같은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로 2018년 작 MBC '위대한 유혹자'가 있다. 아주 재미없진 않았으나 보다가 말았다. 주연들 나이 설정이 20대 초반인데도 칙칙한 분위기에 배우들 연기가 설익어 보였다. 또 분량도 쓸 떼 없이 긴 느낌.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처럼 영화로 만들거나 이야기를 더 압축했으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문가영, 우도환, 조이가 30대에 이 역들을 했으면 어땠을까? [이 드라마 미술은 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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