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5

C.B.스트라이크 : 트러블드 블러드 - 해리포터 작가 소설 원작 HBO 탐정물 영드 추천

 
해리포터로 너무 너무 유명한 작가 J.K. 롤링(J.K. Rowling). 그녀가 새로운 필명으로 추리 소설을 썼다는 뉴스는 아주 오래전에 들었었다. 

어느 날부터 핀터레스트 피드에 낯선 이미지들이 뜨기 시작했다. 무뚝뚝해 보이는 남자와 조금은 예민해 보이는 여자가 함께 있는 스틸컷이었다. 이미지에 박혀 있는 로고를 검색해보니 'C.B.스트라이크'라는 영국 드라마였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쓴 '로버트 갤브레이스(Robert Galbraith)'가 바로 'J.K. 롤링'이라는 게 아닌가!

스트라이크 탐정과 그의 파트너 로빈

C.B. 스트라이크 : 트러블드 블러드 (C.B. Strike : Troubled Blood)


: 영국 BBC 제작. 로버트 갤브레이스 원작. 톰 에지 극본. 톰 버크, 홀리데이 그레인저 주연. 


다른 영드 몇 번 찾아본 것 때문에 알고리즘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당장 보고 싶어 안달이 났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제공하는 ott가 없었다. vpn은 쓸 생각도 없었지만 쓴다 해도 영어를 해석하며 볼 수도 없었다. 깨끗이 포기하고 지내던 차에 쿠팡플레이에서 이 작품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물론 안 질렀다).

2025년 4월부터 쿠팡플레이에서 HBO 작품들 독점 공개. 그렇다, 5시즌에 해당하는 '트러블드 블러드'는 HBO에서 제공하는 것이었다. 

앞 시즌들을 보지 못한 채로 이 시즌을 보았으나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코모란 블루 스트라이크(Cormoran Blue Strike)는 유명한 탐정이자 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참전 용사였다. 함께 일하는 로빈을 좋아하지만 감정을 억누르며 선을 넘지 않고 있었다. Why?



'트러블드 블러드'는 코모란에게 어떤 중년 여성이 다가와 엄마를 찾아 달라고 하면서 시작된다. 그녀의 엄마는 무려 40년 전에 실종된 상태였다. 코모란은 사건을 맡지 않으려 했지만 로빈이 적극 나선다. 두 사람은 경찰 친구의 도움을 받아 미제 사건의 단서를 다시 맞춰본다. 그리고 밝혀 낸 범인의 정체는...!! (미리 맞춘 분이 있다면 작가 하세요)


소설은 2025년 9월에 여덟 번째 작품(The Hallmarked Man)이 나온다고 한다. 드라마는 2025년 4월 현재 6시즌까지 만들어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쿠팡플레이에서 5시즌 한 시즌만 볼 수 있다. 나머지 시즌들 다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


* IMDB와 로버트갤브레이스닷컴에는 소설 한 작품마다 한 시즌으로 구분해서 총 6시즌으로 되어있는데, HBO 홈페이지에는 초반 세 작품을 1시즌으로 묶어 놓았다. 그래서 트러블드 블러드는 3시즌으로 되어있다. 뭐야 헷갈리게~  

* 로빈으로 나오는 배우 '홀리데이 그레인저'는 미드 '보르지아'에서 귀여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19금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인상에 남은 배우였다. BBC TV 영화 '채털리 부인의 연인' 이후로 거의 10년 만에 다시 보게 되니 몹시 반가웠다. 그러다 영화 '미키17'에 나오는 그녀를 보고 데스티니~를 외칠 뻔. 이름값에 비해 역할이 작다고 느껴졌으나 우리나라 감독의 영화에서 그녀를 보니 괜히 좋았다.


2025-04-09

미키17 (Mickey 17) 극장에서 봐서 다행이었다 - 스포일러 주의


극장에 안 간지 너무 오래되었다.
이제는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서 아주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차비 들여 시간 들여 영화관까지 가는 게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관람료도 많이 올라서 더더욱. 개봉 전부터 보고 싶어서 환장한 영화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집에서 혼자 보는 것에 길들여졌다고나.


영화 미키17에서 육체가 둘이 된 미키
미키 18 처음엔 싫었지만...


'미키 17'은 제작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보고 싶은 영화였다. 그럼에도 막상 개봉을 하니 보러 가는 게 너무 귀찮은 것이다. 미루고 미루다 OTT로 간다는 뉴스에 허겁지겁 동네 극장을 찾아보니 이틀 뒤에 끝! 그것도 하루에 한 번 상영! 역시나 허겁지겁 극장으로 달려가 나 포함 네 명이서 영화를 보았다.

아......
이래서 극장을 가는 거였는데 그간 너무 효율만 따진 것에 반성을 했다. (물론 모든 영화가 극장에서 보면 더 좋겠지만) 미키 17은 웬만하면 극장에서 봐야 할 작품이었다. 더 큰 화면으로 보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 

공포 그 자체인 사채업자를 피해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는 계획에 뛰어든 미키. 그저 1초라도 지구를 빨리 뜨고 싶은 마음에 지원자 없는 '익스펜더블'에 지원해버린다. 익스펜더블(expendable)은 말 그대로 소모품처럼 쓰여지는 인간으로 온갖 생체 실험의 대상이 된다.



실험 당하고 죽고 새 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실험 당하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불사(不死) 아닌 불사의 삶. 미키는 분명 인간임에도 인간으로써 누려야 할 존엄 따위는 개나 줘버린 삶을 산다. 그를 미키 그 자체로 보아주는 나샤를 만나기 전까지는.

영화는 인간 복제 기술이 얼마나 비윤리적인지 잘 느끼게 해준다. 아무리 한 사람 희생 시켜 몇 십 억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는다고 해도 말이다. 미키도 사람이다. 아무리 스스로 그런 삶을 선택했다 해도 그에게는 사람으로 살 권리가 있다. 

보고 나니 왜 흥행이 잘 안 되었는지 알겠다. 이야기를 쌓아가는 초반부가 조금은 지리하게 느껴지고 영상 톤이 우중충하니 즐겁게 보아지는 그림이 아니다. 미키가 줄기차게 소모되는 부분도 보고 있기 괴롭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는 역시 봉준호!를 외치게 한다. 이렇게 기승전결 꽉 짜이고 메시지까지 확실한 작품은 인간적으로다가 흥행했어야 하는데...😢


마샬이 많은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고 있다
마크 러팔로 악역이 처음이라고?

마샬이 미지의 생명체를 다 죽이려 하는 대목에서는 미국의 인디언 학살 역사가 떠올랐다. 뛰어난 2세를 태어나게 하려는 계획에서는 히틀러가 보였다. 특히 우리나라(대한민국)에서는 마샬 부부에게서 얼마 전 탄핵 당한 대통령 부부를 떠올린 분들이 많을 듯하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본 것도 있다]

흥행에 실패했는지는 몰라도 작품성에선 전혀 실패하지 않은 '미키 17' 강추강추강강추! 아직 안 보신 분은 꼭 보세요 제발~~~

2025-04-05

배우 김새론을 추모하며

긴 머리의 김새론이 살짝 웃고 있다


2025년 4월 5일,

김새론이라는 한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난 지 49일이 흘렀다.

그녀가 막 숨을 거두었을 때 뭐라도 한 줄 쓰고 싶었으나

이제 와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그만두었었다. 

지나치게 쏟아지던 기사에 휩쓸려 냉정한 시선을 보냈던 게 미안하다.

살아있었을 때 제대로 편 한번 들어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내막을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는데.

이젠 그녀가 영영 가버려서 돌이킬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안타깝고 슬플 뿐.

향년 25세.

연기한 시간을 빼고 그녀가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을 지 모르겠다. 

짐작해보면 그 톱스타가 첫사랑이었을 텐데

자기 좋다고 애정을 구하는 그가

그녀 삶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지 않았을까?

고인이 성인 되어서 만났다고 부득부득 우기는 그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다. 

이제라도 그녀가 나온 작품들을 찾아볼까 했으나 마음이 아파서 못 보겠다.

연기는 물론이고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던데 그 재능이 너무 아까울 뿐.

다음 세상이 있다면 다시 태어나서 이번 생에 못했던 것들 다 하고 살기를 바라 본다.



R.I.P 김새론

2000.07.31 ~ 2025.02.16



* 어톤먼트였나 무슨 영화였나 끝내주게 연기하는 아역 배우가 자꾸 김새론을 생각나게 해서 이름을 찾아보니 시얼샤 로넌. 이름도 비슷한 느낌이라 신기하다고 SNS에서 썼던 게 어언.... 둘이 만나면 재미있겠단 생각도 했었는데 이제는....... 

2025-04-03

웃으면서 죽음을 말하고 싶었어 - 죽음에 대한 자유토크 (4월18,19일)


죽음에 대해 쉬쉬하고 터부시하는 것은 이제 그만!
죽음에 대해 부담없이 이야기하고 자유롭게 떠드는 시간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 시간



https://blog.naver.com/deadea2025/223811659742

웃으면서 죽음을 말하고 싶었어

2025 04.18(금), 04.19(토)
서울여성플라자 (서울 동작구 대방동)

신청하는 곳 (클릭)

죽음이야기 주간을 열며
죽음은 삶의 일부이지만 우리는 그에 대한 말을 최대한 아끼며 살아갑니다. 죽음에 대한 침묵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불안과 두려움은 증폭되고, 결국은 우리가 죽음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죽음 이야기 주간은 여러 세대, 다양한 삶의 조건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죽음을 우리 삶의 고유한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얘기함으로써 그 앎을 확장하고 실천해보려는 시도입니다.
 

죽음이야기 주간의 목적은
-이야기를 꺼내면 안 된다는 금기를 깨고, 죽음에 관한 사회적 소통방식을 찾고
-죽음을 맞이해 떠나보내기까지 무수한 선택과 결정에 대해 질문하고 상상하면서
-그 모습을 결정짓는 제도와 관습, 관계 등 사회적, 문화적 상황에 개입하고자 합니다.


죽음이야기 주간의 구성은
본 행사는 총 2일 진행되며, 첫째날 '장례', 둘째날은 '죽음'을 주제로 합니다.  각각은 워크숍 형태의 [대화]와  참여자 중심의 [이야기 콘서트] 및 강의로 이루어집니다. 


나의장례식과 나홀로죽음에 대한 대화

첫째 날.  죽음의 의례, 장례를 묻다

2025. 4. 18. 금요일 (오후 4시~오후 10시)  @서울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3

여러분은 장례식장에 어떤 마음으로 가시나요? 그곳에선 또 어떤 마음으로 몸짓으로 머물게 되는지요? 자식도 배우자도 없는 내게도 장례는 여전히 필요한 것일까요? 장례는 누구를 위한 것이고 또 무엇을 향한 것일까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후 4시~오후 6시  /  
대화 1. 나의 장례식을 부탁해 (참여 25명)

  •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사)나눔과나눔의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하며 각자의 장례식을 기획해봅니다.
  • 진행 :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오후 7시~9시 30분  /  이야기 콘서트 1. 애도의 에티켓, 그리고 장례식 유감 (참여 45명)

  • 부고를 듣고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할지, 머뭇거리다 때를 놓치거나 진부한 조문(弔文)을 전하고, 형식적 조문(弔問)을 다녀온 경험을 떠올려봅니다. 상장례에 도통한 전문가들과 함께 그 너머를 얘기해봅니다. 
  • 이야기 이끔이 : 차종관(디-톡스 멤버)
  • 이야기 손님 :  참여자 모두
  • 이야기 거드는 이 : 박진옥(사단법인 나눔과나눔 이사), 전승욱(한겨레두레협동조합 채비 이사),  이승주(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둘째 날. 나 홀로 죽음 Dying Alone

2025. 4. 19.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서울여성플라자 시청각실

이번 죽음이야기주간이 주목하는 삶의 조건은 ‘혼자 사는’, 그래서 ‘홀로 죽을 걱정이 많은’ 입니다. 영화 <나 홀로 집에>의 꼬마 주인공이 처했던 상황과 공포를 닮았지요. 현실은 어이없고, 곤란에 처한 주인공을 위해 나선 건, 가족도 국가도 아닌 낯선 이웃입니다. 지금 여기는 어떤지, 각자 어떤 사정으로 불안해 하고 또 슬기를 발휘하고 있는지, 가볍고도 묵직하게 얘기해봅니다.

오전 11시~오후 1시 / 대화 2. 혼자 죽는 게 불행해 보이나요? (참여 12명)

  • 홀로 죽는 건 외롭고 불행하기만 한 일일까요? 무연고, 고독사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 진행 : 이수연(작가,디-톡스 멤버) / 배혜리(공연기획자,디-톡스 멤버)

오전 11시~오후 1시 / 대화 3. 비교적 깔끔한 결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참여 20명)

  • 죽음준비 실천 활동의 첫 걸음이라 불리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배경과 내용, 효력 등을 알아보고 작성 및 적용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 진행 : 유 경(『유 경의 죽음준비학교』 저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전문 상담사)

오후 2시~5시 30분 / 이야기 콘서트 2. 혼자서 죽음을 마주할 때  (강의포함 / 참여 70명)

  • 홀로 목욕탕에 갇히는 상상, 어느 날 고독사로 마감할 지 모른다는 불안한 예감. 정책과 제도는 이 흔한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요? 각자의 상황과 제도 사이를 오가며 홀로 맞는 죽음의 풍경을 펼쳐봅니다.
  • 이야기 이끔이 & 강의 : 송병기 의료인류학자 <각자도사사회> 저자
  • 이야기 손님 :  참여자 모두
  • 이야기 패치워크 1 : 홀로 죽는다는 두려움
    이야기 패치워크 2 : 의료제도와 나
    강의 : 기-승-전-안락사

** 대화 2, 대화 3는 동시 진행합니다.

** 대화가 끝난 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희망하시는 분은 (사)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소속 상담사가 상담 및 작성을 지원해 드립니다. (신분증 필요)

신청하는 곳 (클릭)


#죽음 #고독사 #웰다잉 #나홀로죽음 #어떻게살것인가

2025-03-22

차마 제목을 밝히지 못하겠는 어느 베스트극장

mbc 베스트극장 로고


MBC 베스트극장 목록을 훑다가 제목이 끌리는 것을 한 편 골라서 보았는데 와..........

아무리 오래 전이라지만 이렇게 허접한 드라마가 어떻게 방영까지 되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본 베스트극장 중에 가장 최악. 

주인공은 지속적으로 성범죄를 당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피해자가 보일 법한 행동이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 다 떠나서 대문 열기 전에 주위를 마구 살피고 집 안에 들어가서도 여기저기 살피는 모습이 한번이라도 나왔으면 이런 지적을 안 했을 것이다.

또 다른 스토커가 등장해 괴롭혀도 주인공은 집을 떠나지 않는다. 더구나 살인까지 저지른 곳이라면 1분 1초도 더 지내기 힘들 것 같은데 주인공에게서는 그런 심리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남자를 경계하는 모습도 없고 누군가 불필요하게 만져도 가만히 있는다. 도대체 이 단막극 쓴 작가는 사람 심리에 대해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연출자도 마찬가지이고.



이 대환장 파티가 어떻게 끝이 나는지 궁금해서 다 보긴 했는데 끝까지 가관이었다. 싹퉁바가지 젊은 반장에게 꼬박꼬박 존대하던 경찰은 여자 경찰들에게는 거침없이 반말을 날리며 할 일 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 여경들은 잘 생긴 반장에게 정신 팔려서 아양 떠는 용도로만 소비된다. 주인공의 사무실 남자들은 한달에 한번 마법이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 댄다. 성범죄 묘사도 몹시 자극적이었는데 주인공부터 해서 여자 단역들 의상도 은근 노출이 많다. (지금 방영하면 각종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날 듯)

이런 부수적인 것은 넘어간다 해도, 2025년 현재에도 경찰이 자유롭게 총을 쓰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그 시절 경고도 없이 총부터 빵빵 쏴대는 연출이라니. 그 전에 반장이 증거 확보한답시고 주인공의 물건을 대놓고 훼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도 정말 어이가 없었다. 주인공에게 먼저 동의를 구하든지 아니면 티 안 나게 몰래 수집하든지 아니면 주인공이 훼손된 물건을 보고 초조해 하는 장면이라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다 보고 나니 제목과 내용이 무슨 상관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에로틱 스릴러 작품을 흉내 내서 붙인 듯. 대체 어떻게 개연성은 개나 줘버린 이런 졸작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어쩌면 작가도 이 작품을 잊고 싶은 흑역사로 여기고 있을지 몰라서 제목은 밝히지 않는다. 


2025-03-17

영화 검은 수녀들 (Dark Nuns) 리뷰 - 스포일러 주의

수녀로 나오는 전여빈과 송혜교


영화 '검은 수녀들'이 '검은 사제들(이하 검.사)'의 스핀오프라는 것을 전혀 유념하지 않고 보았다. 검.사의 박소담이 한 컷 나왔음에도 검.사와 같은 세계관을 따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구마의식을 한다는 두 신부[김범신, 최준호]가 자꾸 언급되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의문을 품다가 뒤에 강동원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럴 수가...! 아니 그럼 박소담처럼 초반에 두 신부 얼굴이라도 잠깐 보여주시든가요~ (검.사 아예 안 본 사람은 어쩌라는 거죠😑)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여성에겐 서품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 카톨릭의 뿌리 깊은 성 차별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굳이 계속 나오는 것도 이런 캐릭터를 뒷받침하는 설정으로 느껴졌다. 자궁에 암이 생긴 것도 공격 받는 여성성을 비유하는 것 같았다. 희준(문우진)에게 깃든 악마 역시 아주 천박한 표현으로 여성성을 공격한다. 

중간까지는 그런대로 재미있게 보았다. 오로지 구마를 위해서라면 무속의 힘을 빌리는 것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설정이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재미있는 포인트로 여겨졌다. 카톨릭과 무속의 콜라보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후반부의 구마의식은 너무나 뻔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그림도 없고 너무 시시했다. 아까운 성수를 들이부을 게 아니고 욕조나 큰 통에 채워 거기에 부마자를 담그면 안 되나? 이런 의문만 계속 들었다. 그리고 악마에게 이름을 말하라고 명령만 하는 것도 정말 답답했다. 그 지독하고 악랄한 존재가 순순히 자기 이름을 불겠냐고요~ 신박한 유도신문을 기대했으나 그런 것은 없었다. 또 불은 왜 갑자기 나는지 헛웃음만 날 뿐이었다. 전조를 보여주든가 해야지 참으로 뜬금없었다.

악마를 (악마가 그렇게 모욕하던) 여성의 자궁에 봉인하는 설정은 괜찮았다. 그런데 빙의된 사람이 죽어도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더니, 봉인과 빙의는 달라서 악마가 사라진 건가? 이 부분이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 작품이 흥행했을 경우 속편을 만들기 위한 떡밥이었나?

쿠팡플레이에서 무료 이벤트를 해서 보게 되었는데, 만약 극장 가서 보았다면 본전 생각에 열이 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시도는 좋았으나 여러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 유니아 수녀가 '더 글로리'의 문동은과 비슷해 보인다는 의견에 동의. 송혜교의 연기가 왜 이렇게 낯익나 했더니...

* 유니아 수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자랐는지 설명이 없다. 미카엘라 수녀(전여빈) 얘기만 나옴. 둘의 성장 과정이 비슷하다는 것인가? 이 때문에 미카엘라가 더 주인공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영화 '검은 사제들'은 강력 추천. 

2025-03-10

사랑이라는 거짓 - 넷플릭스 이탈리아 19금 드라마 (+ 영드 골드 디거)


60살 생일에 한 남자를 만나게 된 주인공. 두 사람은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든다. 문제는 남자의 나이가 주인공의 아들과 비슷한 30대라는 것. 이 사랑 과연 진짜일까?


💘💘💘 스포일러 주의 🖤🖤🖤

가브리엘라와 엘리아

사랑이라는 거짓 (Inganno / Deceitful Love)


: 2024년 10월 9일 넷플릭스 공개. 모니카 구에리토레, 지아코모 지아니오티, 데니스 카페차, 엠마누엘 카세리오, 프란체스코 델 가우디오, 다르마 만지아 우즈 등 출연. 


넷플릭스에서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올드(old)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증을 크게 일으킨다던가 느낌이 강하다던가 그런 특이점이 없어서 오히려 클릭을 해보게 되었다. 설명을 읽어보니 나이 차이가 두 배쯤 나는 연상연하 커플 이야기. 솔직히 19금 표시가 없었으면 순순히 재생 버튼을 눌렀을지 모르겠다. 

시작부터 이탈리아의 바닷가 도시 아말피의 풍경이 시선을 압도한다. 주인공 가브리엘라로 나오는 여성 배우에게서 카리스마가 확 느껴졌다. 그녀의 상대가 될 게 분명한 젊은 남자 엘리아도 괜찮은데? 계속 보다 보니 what! 노출 수위 무엇?? 키스하다 속살이 나오는 건 예고편에 불과했다. 두 배우의 베드씬 수위가 oh my...!!😱😱😱 특히 몸을 사리지 않는 '모니카 구에리토레' 배우에게 진심으로 경외심마저 들었다. 그녀의 나이를 의식하는 건 오히려 나였다.



노년을 향해가는 엄마가 갑자기 자식뻘 남자에게 눈이 멀면 나 같아도 보고만 있기는 힘들 것 같다. 엄마에게 재산이 많다면 더더욱. 그래서 가브리엘라의 자식들이 (짜증나면서도) 이해가 된다. 더구나 장남은 어렸을 적 어떤 사건 때문에 엄마를 보호해야 된다고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며 자랐다. 이 일이 조금씩 언급되다 마지막에 전말이 나오는데, 뒤늦게라도 원하는 대로 살려는 가브리엘라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줄리아와 벤자민

골드 디거 (Gold Digger)


: 2019년 영국 BBC 방영. 줄리아 오몬드, 벤 반스, 알렉스 제닝스, 서배스천 아메스토, 제미마 루퍼, 아치 리노, 니키 아무카버드, 야스민 아크람, 칼라 시몬 스펜스, 줄리아 매켄지 등 출연.


'사랑이라는 거짓'의 원작인 영국 드라마 '골드 디거'도 이어서 보았다. 줄리아와 벤자민, 그 주변 인물들이 한 회씩 주연이 되어 심리가 묘사된다. 거지 같은 줄리아의 남편도 그가 주연인 회에서는 처량하다 못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작품성을 따진다면 원작 쪽에 손을 들어주겠다.

줄리아의 결혼 생활은 오랜 세월 줄리아와 자녀들이 침묵한 덕분에 유지된 것이었다. 안에서 곪아버린 상처는 자녀들의 현재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세 자녀 중 두 명은 가족이 해체된 탓을 벤자민에게 돌리지만, 타이밍 절묘하게 나타난 이 젊은 남자는 줄리아의 가족이 품고 있던 문제를 밖으로 터져 나오게 만든 촉매였을 뿐이다. 뒤늦게라도 원하는 대로 살려던 줄리아는 결혼식을 앞두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다. 여기부터 결말까지가 이 작품의 압권이다. 



'사랑이라는 거짓'은 뒤로 가면서 이야기가 산만해지고 긴장감이 떨어진다. '골드 디거'는 끝까지 아리송하다. 돈과 모성과 미래까지 보장해 줄만한 상대가 나타난다면 없던 사랑도 생겨날 듯한데, 두 사람의 사랑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그 자신들만이 알 것이다. 아니, 그 자신들도 과연 알까? 객관적으로 판단할 방법이 없으니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가 보다. 



* 줄리아 오몬드 하면 영화 '가을의 전설'부터 떠오른다. 세 형제와 얽히는 운명이라니.

* 지아코모 지아니오티는 '머독 미스터리'에 나왔었다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7시즌이면 본 지 너무 오래 되었으니 뭐...😥 영국 배우 존 라이트와 은근히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