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산골 나그네'는 댈 것도 아니구나! 자기 팔자 자기가 꼬는 스토리에 만성 저혈압이 낫는 느낌이었는데 '열녀문'은 그 효과가 몇 배는 더하다! 집안의 명예와 체통을 지키기 위해 희생과 인내를 강요당한 여자의 삶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고구마 천 개는 물 없이 먹은 느낌! 문장 끝에 느낌표를 안 붙일 수가 없다! 속 터져!!!
KBS TV문학관 열녀문 / 윤미라, 주현 |
UHD로 만나는 TV문학관 "열녀문"
: 1982.06.12 방영. 2023.03.13 재방영. 원작 황순원 소설 '과부'. 김강윤 극본. 장형일 연출. 윤미라, 한은진, 주현, 이구순, 김동훈, 양영준, 강민호, 김하림, 장학수, 박정웅, 주덕호 등 출연.
양반집 딸이지만 꼬마 신랑과 혼례를 올려 제대로 된 결혼 생활도 못해본 아씨(윤미라). 김진사댁 꼬마 신랑은 사고로 일찍 죽어버리고 졸지에 과부가 돼버린 아씨는 열녀문 받은 게 인생 최대 업적인 시할머니(한은진)에게 수절을 강요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에 머슴으로 있었던 성칠(주현)이 돌아오고, 일꾼이 없어 힘들어하던 김진사댁에는 생기가 감돈다. 힘이 장사인 성칠을 믿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는데 가뭄이 지독하게도 오래간다. 물을 푸고 또 푸다가 절망에 빠진 아씨가 눈물을 흘리던 차, 그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아씨와 성칠은 너무 기쁜 나머지 포옹을 하다가 퍼붓는 빗속에서 서로를 향해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킨다.
이 일로 아씨는 아기를 갖게 되고, 성출은 같이 도망가기로 약속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을 지켜본 시동생(양영준)으로 인해 계획이 알려지고 시할머니는 명예를 더럽혔다며 아씨를 죽일 듯이 미워한다. 그나마 시아버지(김동훈)가 냉정하게 일을 수습하는데, 그가 제시한 조건은 아씨가 아기를 낳는 대로 성칠이 아기와 함께 떠나는 것이었다. 시아버지는 아기를 맡길 수 있는 친척 주소를 알려주지만 성칠은 알아서 키우겠다며 아기와 함께 사라진다. 시동생은 아씨의 행실을 핑계 삼아 방탕하게 살다 집을 나가버리고, 시아버지는 그런 아들에게 충격을 받아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다. 세월이 흐르고 악만 남은 시할머니를 여전히 모시고 있는 아씨. 그런데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서는 날벼락같은 소리를 한다. 시동생이 집을 팔았다는 것.
청초했던 아씨는 흰머리 가득한 할머니가 되고 시할머니는 물귀신처럼 살아서 악담을 퍼붓는다. 들킬까봐 힘들었어도 성칠과 함께 했던 그때가 좋았었다고, 나이가 들어서야 진심을 꺼내놓는 아씨(의 이런 말을 들어줄 사람도 시할머니밖에 없다는 게 너무 불쌍할 뿐). 그러던 어느 날 젊은 남자(이구순)가 찾아와 김진사댁 며느리에 대해 물어보는데 아씨는 그가 바로 자기 자식임을 알아본다. 하지만 그 집 사람은 다 죽었다며 거짓말을 하고, 비에 젖은 옷을 말리고 가라며 남자를 붙잡는다. 남자와 대화를 나누며 아씨는 성칠이 죽은 것과 아무리 힘들어도 그가 아씨의 패물을 팔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음날이 되어도 아씨는 남자에게 자신이 친엄마라는 것을 절대 밝히지 않고, 그제야 잘못을 깨닫는 시할머니와 함께 멀어져 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자신은 지금까지 지켜온 것을 지켰다고 말하면서.
와... 고구마 전개를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핵핵핵 고구마일줄이야! 마지막에 아씨가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 그 심리가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들한테 두 늙은이를 떠안기고 싶지 않은 마음보다는 열녀처럼 집안의 명예를 끝까지 지켜내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서 속이 터진다. 나는 계속 이러고 살 수밖에 없으니 너(아들)는 다른 세상을 살으라는 뜻의 대사가 있긴 하지만, 아니 다 늙어서 언제 또 자식을 만난다고 진실을 묻어버리냐고욧~~~! 정말 옛날 여자들 어떻게 살았을까? 한밤중에 TV문학관 보다가 미쳐버릴 뻔했다. 속 터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