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2

만신 - 시네마틱 드라마 SF8 (이연희 이동휘 남명렬) 웨이브 추천


무려 96.3 퍼센트!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단순히 운세를 넘어서 예언에 가까운 적중률을 보여준다. 이 운세 프로그램의 이름은 만신. '만신 의존증'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이용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알려주는 대로 행동한다. 오늘 하루 조심하라는 운세가 나오면 몸을 사리느라 직장에 출근하지 않을 정도다. 만신을 맹신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이연희와 이동휘가 휴대폰을 보며 미소짓는다
SF8 만신 / 웨이브 캡처

시네마틱 드라마 SF8 제4부 만신 


: 2020. .8.21 MBC 방영. 기획 DGK(한국영화감독조합)&MBC. 제작 DGK&수필름. 제공 WAVVE&MBC. 감독 노덕. 각본 한분외&노덕. 프로듀서 강가미. 이연희, 이동휘, 남명렬, 서현우, 윤경호, 박성연, 현봉식, 이연, 김한나, 이호원, 이명옥, 오민정, 박윤호, 김진옥, 최호진, 박세현(우정출연), 김수지(목소리만) 등 출연. 

주인공 토선호(이연희)는 만신을 만든 개발자 김인홍(서현우)을 찾으러 다닌다. 그가 만신 간증회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지만 만나지 못한다. 대신 만신을 맹신하던 정가람(이동휘)을 알게 되고, 둘이 함께 그를 찾아간다. 김인홍은 만신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지 오래라며 현재 소유주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알려준다.



선호는 동생을 죽게 만든 것이 만신이라고 확신했다. 동생이 마지막으로 받은 운세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지만 동생의 휴대폰은 복구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만신 개발자를 찾아다닌 것인데, 휴대폰이 일부 복구 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그래서 알게 된 진실은 선호를 충격에 빠뜨린다.

선호와 가람은 현재의 만신을 만든 지함(남명렬)을 만나게 되고, 그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만신 업데이트를 단행한다. 성공하면 신과 같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고 실패하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 만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한다.


휴대폰에서 운세 앱을 삭제한다
SF8 만신 / 웨이브 캡처


줄거리를 자세히 쓰려다 꾹 참았다. 이런 작품이 다 있었다니! 운세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알려주는 대로 족족 다 들어맞는 운세 앱이 있다면 이것을 과연 쓰지 않을 수가 있을까? 더구나 매일 매일 적중률 100%에 가까운 오늘의 운세를 알려준다면? 이것에 영향 받지 않을 자신이 없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면 회사 출근보다 더한 것도 하지 않을 듯하다.

이 작품은 묻는다. 미래를 미리 알게 되는 것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까, 아닐까. 글쎄...... 안 좋은 미래를 미리 알아서 대비할 수 있다면, 그래서 좋게 바뀐다면 아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은, 미래를 미리 알고 다른 선택을 하는 것까지 적용된 운세가 제공된다면? 그렇다면 미래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 오히려 안 좋게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미래는 모르는 게 속 편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SF8은 여덟 명의 감독이 SF 소재로 한 편씩 연출한 단막극이다. 제목 그대로 영화 같은 드라마이다. 런닝타임도 50분 조금 넘으니 시간 부담이 적다. 추천~


* '노덕'이라는 감독 이름을 보고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고정관념을 버려야겠다.

* 극중에 가미제과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프로듀서의 이름에서 따온 듯.

* 같은 제목의 다큐 영화가 있다. 무속인 故 김금화 만신의 삶을 조명했다. 

* 유전자 검사 한번으로 내 평생의 짝을 찾는 영국 드라마 '더 원'이 생각났다. 리뷰 보기

2024-06-18

미드 가디언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사이먼 베이커 주연의 법정물)


미국 드라마 '가디언'은 '멘탈리스트'로 유명한 사이먼 베이커의 첫 장편 주연작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유명 변호사의 아들이자 그 역시 변호사인 니콜라스 폴린으로 나온다. 마약 사고를 일으킨 탓에 사회봉사명령을 받아 미성년자를 돕는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엔 할당된 시간을 채우기에 바빴으나 그는 점점 이 일에 진심이 되어간다. 



가디언 (The Guardian)


: 미국 CBS에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3시즌 방영. 사이먼 베이커, 알렌 로젠버그, 데브니 콜먼, 웬디 모니즈, 라파엘 스바지, 찰스 말릭 휘트필드 등 출연.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이 드라마에서 유독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즌3에 나오는 니콜라스의 2세 이야기였다. 그는 센터에서 함께 일하는 변호사 루이자와 연인 관계가 된다. 그리고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는데 검사 결과 다운증후군을 가졌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아니 거의 확실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드라마 속 얘기지만 솔직히 충격이었다. 내 경우라면 아예 낳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정책이 잘 되어있는 나라의 국민이라면 생각이 또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장애아를 낳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가정만 해보는 데도 자신이 없다. 아이는 자신이 장애를 가졌는지 평생 알지 못하겠지만, 그런 존재를 평생 지켜보는 것도 너무나 힘들 것 같다. 물론 장애를 가진 아이도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말이다.

'가디언'은 순전히 젊은 사베(Simon Baker)씨를 보려고 보기 시작한 드라마였다. 하지만 곧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법률 사무소+로펌+갖가지 사연을 가진 미성년자들+폴린 부자 등 여러 이야기가 뒤섞여 큰 재미를 주었다. 티빙(tving)에 있길래 얼른 보았는데 현재는 없다. 이용 중인 ott에 이 드라마가 보인다면 1시즌 우선 달려보세요.

2024-06-15

타인의 취향 - MBC 베스트극장 (김지우 이필모)


주인공 민주는 취재하러 간 곳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보게 된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2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산에 갔다 길을 잃은 민주는 동굴에서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남자가 비를 피해 들어왔다. 그는 민주의 신체 부위에 관심을 보이더니 급기야 야수로 돌변해버렸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었던 민주는 남자를 본 뒤로 일상이 멈춰버린다.


주인공 민주가 약물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강민주 역의 김지우 / 웨이브 캡처


MBC 베스트극장 제 625회 '타인의 취향'

: 2006. 01. 14 방영. 소현경 극본. 유정준 연출. 김지우, 이필모, 박호영, 윤성훈, 이대연, 윤주영 등 출연.


준수한 외모를 가진 남자는 은행에서 일하는 유진이었다. 민주는 그의 동선을 파악해 일부러 자꾸 마주친다. 유진은 민주에게 관심을 보이고 민주도 그에게 관심 있는 척한다. 그 와중에 민주의 상처에 대해 알게 된 애인은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떠나버리고, 민주는 유진에게 복수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비 예보가 뜬 날 그와 함께 산에 간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가 40명이 넘고 관련자만 100명이 넘는 초유의 사건인데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묻혀버린 사건이 20년이 지나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신상이 폭로된 몇 명의 가해자들은 역시나 잘 처먹고 잘 살고 있었다. 이제 법으로는 그들을 또 벌할 수 없고 이렇게라도 단죄를 받게 된 것이 진심 쌤통이다.

성폭력 희생자의 사적 복수. 밀양 사건 관련 뉴스를 보면서 이 단막극이 떠올랐다. 물론 살인은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법으로 전혀 다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법의 심판을 받았다 해도 그 형량이 터무니없이 가볍다면? 나와 전혀 관계없는 희생자의 복수도 대신 해주고 싶을 때가 있는데 심지어 내가 그 당사자라면? 마음이 오죽할까.



유진이 자신의 본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사가 있다.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 때, 이기적인 본능에 충실할 때 그때 받는 쾌감이 얼마나 큰 줄 알아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희생시키는 범죄자의 심리가 이렇지 않을까? 민주는 그에게 답한다. "이때까진 그래본 적이 없는데, 이제부턴 그래봐야겠네요"라고.

민주는 문제의 그 동굴에서 유진에게 원수를 갚아준다. 사람을 죽이는 과정이 나오는데도 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통쾌하기까지 하다. 엔딩에는 모짜르트의 레퀴엠 '라크리모사(Lacrimosa)'가 깔린다. 레퀴엠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에 쓰이는 곡으로, 이 드라마에서는 유진의 안식이 아닌 한때 영혼이 죽었던 민주를 위한 선곡이라 생각하고 들었다. 산봉우리에 위태롭게 서있던 민주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포르테 디 콰트로 '라크리모사'


* 같은 제목의 프랑스 영화가 유명하다. 솔직히 이 화의 내용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 성범죄에 유독 관대한 우리나라의 양형 기준이 올라가길 바라 본다.

2024-06-12

신 귀공자 - MBC 미니시리즈 (최지우 김승우 이순재) + SBS 행복합니다, MBC 마지막 연인


생수 배송 일을 열심히 하는 주인공 용남. 그 생수 회사를 소유한 재벌가에도 배달을 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 집 딸 수진과 엮이게 된다. 재벌가에서는 난리가 나고.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생수 배달원과 재벌 딸의 만남
'신귀공자' 김승우 최지우

新귀공자 (MBC)

: 2000.07.12~2000.08.31 수,목 방영(MBC 기록에 따름). 총 16부. 이창순 기획. 이주환 연출. 김선영, 유진희 극본. 김승우, 최지우, 김병세, 최정윤, 이순재, 박영규, 최란, 명계남, 나문희, 이계인, 정영숙, 김동현, 김창완, 홍경인, 김형자, 박영지, 심양홍, 김기현, 조혜영, 이현경, 주용만, 김진형 등 출연.


정말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이다. 생수 배달원과 재벌가 외동딸의 사랑.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데, 드라마에서라면 불가능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세세한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진심이었던 것 만큼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성별이 뒤바뀐 신데렐라 이야기는 크게 화제가 됐었다. 아마도 당시에 재벌가 딸이 재벌 아닌 사람과 결혼을 했어서 이런 드라마도 기획된 게 아닐까 추측을. 수진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던 용남이 얼마나 멋있어 보였는지 모른다. 수진 역의 최지우도 곱게 자란 공주 같은 역에 정말 잘 어울렸고. 급 다시 보고 싶어지는구나~

재벌가 외동딸로 나오는 최지우


* 다시보기를 찾아보니 웨이브에는 없고 MBC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이용권을 결제해야 함.

* 재벌가 배경의 SBS 주말극 '행복합니다'도 함께 생각난다. 이 드라마에서는 재벌가 세 남매(배우 김효진, 이종원, 이은성)가 주축이었는데 모두 재벌 아닌 인물(배우 이훈, 채영인, 하석진)과 결혼하거나 애정 관계로 얽힌다. 또, 재벌까지는 아니어도 부잣집 여성과 가난한 남성의 사랑을 그린 MBC 드라마 '마지막 연인'도 있었다. 최수종, 김지수 주연으로 결말이 되게 슬펐던 것 같다.

* 출연자 명단에 박병은이 보여서 찾아보니 데뷔작이라고. 정만식도 단역으로 출연.

2024-06-07

비행접시 - MBC 베스트극장 (이세은 공유)


기진은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이야기를 수집해 MBC 라디오에 보내는 게 취미이다. 라디오 프로 PD와 진행자는 그를 '자판기'라고 부르며 학을 뗀다. 이름을 바꿔가며 사연을 주야장천(주구장창) 보내기 때문이다.


🛸 스포일러 주의. 줄거리 나옵니다 🛸

배우 이세은 얼굴 클로즈업
세희 역의 이세은

MBC 베스트극장 제 533화 비행접시


: 2003. 05. 09 방영. 박형진 극본. 임태우 연출. 이세은, 공유, 지상렬, 정민(우정출연), 김용희, 정호근, 서권순,신동미, 유준석, 김소현, 신동호 등 출연.


하루는 사연의 주인공과 바로 전화 연결을 했다가 사고가 난다. 기진이 '상품 타려 지어낸 사연'이라고 말한 게 그대로 방송을 탄 것이다. 이 프로의 작가인 세희는 기진에게 개인적으로 편지와 선물을 보낸다. 이제 상품을 줄 수 없으니 더 이상 장난하지 말아 달라고. 

너무 해맑은 청년 기진은 유에프오(UFO/미확인 비행 물체)에 심취해있다. 미국 드라마 '엑스파일'의 주인공 멀더처럼 외계인이 여동생을 데려갔다고 믿고 있다. 세희도 애인이 실종된 지 한참 되었다. 생사도 모르고 소식이 오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두 사람은 엽서를 주고 받으며 순수하게 마음을 나눈다. 

기진은 비행접시가 잘 찾아올 수 있도록 착륙장을 꾸몄다가 경찰서에 가게 된다. 보다 못한 그의 형이 여동생의 행방에 대한 진실을 똑똑히 알려준다. 세희 역시 애인의 행방에 대해 알게 된다. 그는 세희를 버린 게 아니었다.

나란히 붙어 선 버스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공유와 이세은
MBC 베스트극장 비행접시

그러고 보니 전도연, 한석규 주연의 영화 '접속'이 떠오른다. PC통신 붐이 한창 일어났을 때 온라인으로 소통하던 여인2와 해피엔드. 영화에선 한석규가 라디오 피디였었지 아마.... 

진실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지만 기진과 세희에게는 결국 평화를 주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선가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 소싯적에 라디오 프로에 꽤 참여했었는데, 이 작품에서처럼 사연자와 방송을 곧바로 연결하는 일은 없었다. 작가 분이 이런 저런 주의 사항을 알려주고 전화를 미리 연결해 놓는다. 비슷한 경우라면 진행자 겸 피디였던 김기덕 DJ가 노래 한 곡 틀면서 청취자에게 전화해달라고 하고는 노래 끝난 뒤에 바로 연결했던 것 정도? 물론, 청취자가 생방송에서 상식 밖의 말을 하는 것까지 제작진이 어떻게 할 수는 없다. 

* 극장씬에서 '원령공주'가 나온다. '볼링 포 콜럼바인' 포스터도 보인다. 2003년 촬영 인증.

* 공유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 기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