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2

대망 - 2002년 SBS 주말드라마 (장혁 이요원 한재석 손예진 조현재)


송지나 작가와 김종학 PD가 뭉쳤다는 화제성, 초호화 캐스팅으로 당시 sbs의 엄청난 기대작이었다. 기사를 찾아보니 1, 2회 만에 시청률이 27.1% 나왔다고 한다. 초반에 조인성이 나와서 시청률 몰이에 한 몫하긴 했다.

드라마 대망의 주역 장혁 이요원 손예진 한재석
SBS 대망. 출처 sbs 홈페이지

대망 (SBS)


: 2002.10.12 ~ 2003.01.05 방영. 송지나 극본. 박종학 연출. 장혁, 이요원, 한재석, 손예진, 조현재, 박상원, 조민수, 박정학, 박영규, 정성모, 유선, 홍경인, 양진우 등 출연. 조인성(젊은 이수), 임정은(젊은 단애) 특별 출연.



산속에 묻혀 사는 이수 앞에 만삭으로 나타난 여인 단애. 이수는 단애를 보살피면서 아기와 셋이 함께 살기를 바라지만 단애는 아기 친부인 양반댁에 아기를 맡겨버리는데...

세월이 흐르고 이수 역의 조인성이 낯선 배우로 바뀌었을 때 나도 모르게 탄식을 했었다. 시청자 게시판 반응도 처음엔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정학이라는 무명 배우는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 불평을 잠재워버렸다. 말수도 별로 없고 행동으로 일편단심을 보여주는 '진짜 남자' 이수에게 주연만큼이나 열광했었다.

이수 역의 박정학 배우. 삿갓을 썼다
이수 역의 박정학. sbs 홈

또 기억에 남는 인물이 손예진이 연기한 동희이다. 예쁜 옷과 치장을 마다하고 남장을 하고 다녔다.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뭘 입어도 예뻤다. 여기에 당차고 털털한 성격이 더해져 극 호감이었던 캐릭터.

대망에서 동희로 나온 손예진. 여러가지 표정
동희 역의 손예진. 출처 투덜이의 블로그

그리고 드라마 중간에 등장해 그야말로 인터넷을 뒤집어 놓았던 수수께끼의 남자 조현재. 어디서 이런 분위기 좋은 꽃미남이 나타났는지 충격을 넘어서 경악을 했었다. 이요원과 조현재를 연결해달라는 요구도 빗발쳤다고 한다. 주연보다 더 주목받는 조연이라니 제작진도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조현재
조현재. 출처 https://blog.naver.com/500c/30078600650


* 송지나 작가가 쓰는 드라마에 거의 다 출연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전담하다시피 했던 박상원이 대망에서는 악역으로 나왔다. 이것도 반전이라면 반전이었다. 당시엔 참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 우유부단하고 목소리만 큰 왕으로 나왔던 정성모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어째 주연보다 조연들이 더 생각이 날까?

* 장혁의 오매불망 일편단심 연기는 최고라 생각한다. 이요원과 장혁을 상대로 망붕을 펼쳤으나 이요원은 드라마 끝나고 일반인과 결혼했다. 그녀의 나이 24살.

* 대망 타이틀에 '테리'라는 이름이 궁서체로 쓰여 있었는데 그 이질감 때문에 배우가 더 각인되었다. 손예진의 사촌오빠 역. 훗날 양진우라는 이름으로 활동.

* HD 드라마여서 화질이 남달랐다. 드라마가 방영되면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서 공유하는 사람이 있었다. 느린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다가 전기세가 배로 불어났다. 그래도 열심히 받았었는데... (죄송합니다😓)

* 드라마는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는 본보기로 언급되기도 하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떨어졌다고 해도 시청률 좋았었구만. 이때도 제목으로 장난치는 기레기들이 문제였다.

* SBS 공식홈에서 무료로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https://programs.sbs.co.kr/drama/ambition/about/51366


사이코드라마 당신 - MBC 심리극 주간 드라마 (이정길)


특이한 드라마였다.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가 카메라를 향해 얘기한다. 환자가 나오고 상담을 한다. 환자의 얘기가 극으로 전개되다가 정신과 의사가 개입하면서 상담실로 돌아온다. 다시 환자의 얘기가 이어지고 의사가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에 해설.


사이코드라마 당신. 출처 춘하추동방송 블로그

사이코드라마 당신 (MBC)


: 1984.10.26 ~ 1986.04.25 방영. 이정길, 송옥숙, 한애경 등 출연.


매주 1회 방영 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환자(?)는 김수미 배우.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꼈던가 스카프를 둘렀던가 아니면 둘 다 걸친 모습으로 진료실에 등장한다. 자신의 얘기를 늘어놓는데 스스로에게 도취된 느낌이다. 정신과 의사 역의 이정길 배우가 좀 듣다가 김수미의 말을 잘라버린다(너무 가차 없어서 마치 내가 무안을 당한 것 같았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김수미가 말한 게 대부분 꾸며진 얘기였다.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남의 관심을 끌기 위해 허언을 하게 된 것.



또 생각나는 에피소드에는 이기선 배우가 나온다. 상대 남자는 윤승원(KBS 토지에서 길상이 역) 배우였던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다. 둘이 소개팅을 하는데 남자가 계속 머리를 긁는다. 그 손으로 이기선의 손을 덥썩 잡는다. 그 느낌이 너무 불쾌했던 이기선은 손을 마구 닦는다. 그 뒤로 손을 수시로 닦는 강박증에 시달리게 된다. 소개팅에서 겪은 일은 트리거(Trigger)였고 어렸을 때부터 청결을 강조하다 못해 강요한 부모가 근본 원인이었던 것으로......

또 하나는 장면만 기억나는데, 아버지(정욱 배우였던 듯)가 허리에 차고 있던 혁대를 빼서 아들을 때리려 한다. 아버지가 1등만 강요하는 인간이라 시험을 조금 못 본 아들을 팼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모범생 아들이 홱 돌아서 무슨 짓을 저질러 때렸던 것 같기도 하고... 뭐였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심리와 정신 건강을 직접적으로 다룬 드라마는 현재까지 통틀어 봐도 이 작품이 유일하지 않을까? 매회 아주 흥미진진하게 봤었는데 갑자기 끝난다고 해서 너무 아쉬웠었다. 서핑을 해보니 납량 특집도 했었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진 지금, 이 콘셉트로 드라마를 다시 만들어도 좋을 듯한데 드라마 제작하는 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 사이코드라마 당신 방영 목록 



나쁜남자 - 2010년 SBS 수목드라마 (김남길 한가인 오연수)


2009년 MBC 대하사극 '선덕여왕'에서 비담으로 나온 김남길.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그의 첫 등장이 잊히지가 않는다. 작가가 비밀 병기라고 장담한 이유가 있었다. 비담 역을 하면서 온갖 매력을 다 발산한 김남길은 그야말로 빵 뜬다. 

왼쪽부터 김재욱,한가인,김남길,오연수,정소민
SBS 나쁜남자. 왼쪽부터 김재욱, 한가인, 김남길, 오연수, 정소민. 공식홈

나쁜 남자 (SBS)


: 2010.05.26 ~ 2010.08.05 방영. 17부작. 스탕달의 '적과 흑' 원작. 이도영, 김재은, 김성희 극본. 이형민 연출. 김남길, 한가인, 오연수, 김재욱, 정소민, 김혜옥, 전국환, 심은경, 정의갑, 하주희, 김민서, 김정태, 박아인, 김응수, 송서연, 추귀정, 주진모, 문가영 등 출연.

인기 절정의 상태에서 다음 작품으로 고른 것이 SBS의 '나쁜 남자'이다. 이 드라마에서 김남길이 웃는 얼굴을 처음 보이는 장면도 느낌이 강렬하다. 재벌 가족이 타고 있던 요트로 김남길이 낙하하는데, 말 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나타난 그를 보고 재벌딸 정소민이 첫눈에 반해버린다. (이때 김남길에게 반한 시청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김혜옥 배우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배우 김혜옥. 출처 연합뉴스

사실 이 드라마는 보다 말았다. 왜 그랬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강력한 스포를 밟았던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이 파괴하려는 재벌가의 주인이 너무 악독해서 보는 게 괴롭기도 했다. 고상한 외모와 말투로 아무렇지 않게 사람 인격을 짓밟는 연기가 어찌나 살 떨리던지 주연들보다 김혜옥 배우가 더 기억에 남아있다.


또 기억에 짙게 남은 것을 꼽아본다면 오연수와 김남길의 케미. 엘리베이터 장면은 다시 봐도 긴장감이 예술이다. 두 배우가 또 작품을 같이 한다면 닥치고 본방사수 하겠습니다~ SBS 공식홈에 주요 장면들이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단, 클릭하는 순간 스포에 노출됨! ▶▶▶ 나쁜 남자 : 방송 클립 영상 : SBS

복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남자. 그래서 나쁜 남자인데, 누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본다면 그가 정말 나쁜 남자인지 묻게 된다. 불륜이 가져온 비극. 복수는 복수를 낳고 남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 뿐이다.
* 김남길의 콧수염, 과연 최선이었나?

* 이 드라마에서 정소민을 처음 보았는데 (찾아보니 이 드라마가 데뷔작) 새끼 강아지 마냥 너무 귀여웠다.

* 반항기 다분한 김재욱도 정말 매력적이었다.

* 이제라도 보실 분은 절대로 그 어떤 정보도 찾아보지 말고 보세요. 결말을 알아버리면 볼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2023-10-01

보디가드 - KBS 주말 드라마 (차승원 한고은 임은경 현빈)

 '보디가드'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국 드라마? 아니면 속옷? 물론 KBS 드라마부터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것이다.

왼쪽부터 임은경, 차승원, 한고은, 현빈
KBS 드라마 보디가드. 왼쪽부터 임은경, 차승원, 한고은, 현빈


보디가드 (KBS)

: 2003.07.05 ~ 2003.09.14 토, 일 방영. 22부작. 전기상, 최지영 연출. 권민수 극본.
차승원, 한고은, 임은경, 송일국, 이세은, 이원종, 마야, 장세진, 임채무, 현빈 출연.

이 드라마에 대해 남아있는 기억은 재미있었다는 것과 한고은이 정말 멋있었다는 것, 그리고 현빈. 검은색 정장 차림의 한고은과 역시 같은 차림으로 그 옆에 나란히 서있는 현빈의 이미지가 어렴풋이 남아있었는데, 줄거리를 읽어보고 크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현빈이 맡은 역이 보디가드가 아니고 스토커였다고? 이럴 수가. 2004년 MBC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보디가드 '강국'으로 나온 것과 기억이 뒤섞인 모양이다. 주인공 차승원은 기억도 못하고 현빈이 한고은의 후배로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푸핫.


미니시리즈에 걸맞아 보이는 이 드라마가 무려 KBS 주말극이었다는 점도 깬다. 격렬한 액션 장면이 많이 나왔었는데, 잔잔한(?) 가족극 시간대에 파격을 줘서 인기였을까? 정확한 시청률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잘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엇보다 길쭉한 기럭지로 괴한을 날려버리는 한고은이 너무 멋있어서 무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10분 요약본을 보고 나니 차승원에 대한 기억이 살아나긴 하지만 어떻게 주인공을 홀라당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

드라마만큼이나 인기 많았던, 지금도 들으면 아! 할 주제가 '쿨하게'를 링크하려니 저작권자가 정식으로 제공하는 뮤직비디오가 없다. 차승원 동생 역으로 수준급 연기까지 보여줬던 가수 마야의 공식 유투브 채널에도 이 노래가 없다. 대신 피처링한 거북이의 채널에서 저작권자가 확실히 표시된 버전을 발견하고 링크해본다. (RIP 터틀맨 임성훈)


내 목숨을 걸고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 나에겐 그럴 만한 대상이 있나? 나는 누군가에게 그럴 만한 대상인가? 전자는 답이 바로 나오지만 후자는 모르겠다. 어쩌면 영원히 모를 지도.

* 이 드라마에서의 현빈은 어쩌면 안 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기억에 짙게 남은 것을 보면... 잘 생기긴 했구나. 수영복만 입고 나오는 장면도 있다.

* 연출자 전기상 PD는 2018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 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hkmkjh/120010204411
https://blog.naver.com/emha03/90019906978 (현빈)



2023-09-28

세잎클로버 - 2005년 SBS 월화드라마 (이효리 김강우 류진 김정화)

가수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슈퍼스타 이효리가 장편 드라마의 주연을 맡는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드라마 '세 잎 클로버'는 시작 전부터 화제 그 자체였다. 가수로서의 인기를 연기자로서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뚜껑이 열렸는데....


왼쪽부터 류진,김정화,이효리,김강우가 나란히 서있다
왼쪽부터 류진,김정화,이효리,김강우. 나무위키

세잎클로버 (2005)

: 2005.01.17 ~ 2005.03.15 방영. 16부작. 정현정, 조현경 극본. 장용우(4회까지), 이재원 연출. 이효리, 류진, 김강우, 김정화, 이훈, 이보희, 천호진, 김영옥, 김용림, 조미령, 장항선, 김성은, 윤혜경 출연.

당시 나는 KBS에서 방영하는 '쾌걸춘향'에 열광하고 있었다. 톱스타 없는 출연진에 새로울 게 있을까 싶었던 춘향전의 변주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올라가더니 그야말로 초 인기 드라마가 되었다. '쾌걸춘향'에 찬사가 쏟아질수록 비교 대상으로 더 두드려 맞는 '세잎클로버'의 주연 배우 이효리가 안쓰럽기도 하고 기사에서 떠드는 대로 정말 그렇게 연기를 못하는지 궁금해서 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이효리의 연기는 생각보다 괜찮았다(물론 이런 감상은 주관적인 것이긴 하지만). 다만 문제는 공장 노동자인 주인공으로 안 보이고 그냥 '이효리'로 보인다는 것. 헤어스타일이라도 긴 생머리가 아닌,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면 좀 나았을까? 역할이 화려하거나 아예 연예인 같은 역이었다면 어땠을지. 역할 자체가 이효리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 그리고 2년 뒤인 2007년 2부작 드라마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에 나왔는데, 이 특집극은 장면 장면이 뮤직비디오 같았다는 것과 참 지루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아있다. 뮤비와 CF 감독으로 유명했던 차은택 연출.

* 캐나다로 입양 간 개들이 잘 지내는지 직접 찾아가 만나보는 tvN '캐나다 체크인'.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다. 역시 이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