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잡지에서 본 만화인지는 모르겠고 주인공의 집에 전화가 걸려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던 것 같다.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데 그가 말한 대로 일이 벌어진다. 다시 전화가 걸려오고, 또 누군가의 말대로 일이 벌어지고.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왜곡이 됐을 수도 있다. 어쩌면 전화가 아닌 TV에서 나온 뉴스일 수도.
MBC 특집극 '내일 뉴스'. 유튜브 캡쳐 |
내일뉴스 (MBC)
: 1985년 01월 03일 방영. 신년 어린이 특집극. 강철수 원작. 강철수 극본. 황인뢰 연출. 이만성, 김소연, 김용림, 심양홍, 박은수, 전운, 박윤배 등 출연.
3회 정도 밖에 못 봐서 결말이 몹시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검색해보니 다름 아닌 강철수 만화가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어느 분이 몇 장 올려놓은 만화를 보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그림체가 다르다. 내가 본 건 무엇이었을까? 아류작? 표절작? 리메이크?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아무튼 같은 제목의 단막극을 보았다. (연출이 황인뢰!)
주인공은 아파 보이는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다 내드리고 보답으로 라디오를 받는다. 아이는 라디오를 만지작거리다 이상한 것을 듣게 된다. '내일' 뉴스? 교통사고가 나서 몇 명이 죽는다는 무시무시한 뉴스는 다음날 바로 현실이 되고, 아이와 누나는 비밀을 공유한다. 다음 뉴스는 누나가 일하고 있는 회사 건물에서 불이 나 엄청난 피해가 난다는 내용. 누나는 앞뒤 안 가리고 달려가 위험을 알리지만 돌아온 것은 미친 사람 취급과 해고뿐이다. 경고를 무시한 사장은 결국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는데.
- 이게 만약 '어린이 특집극'이 아니었다면 '미래를 막지 못하는 인간의 무력감'에 대해 계속 얘기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남매는 라디오로 돈을 벌어보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때마침 거기에 걸맞는 뉴스가 나온다.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대가의 그림이 고물상에서 발견되었다는. 남매는 그림을 헐값에 사서 그 몇천 배의 가격으로 판다. 이쯤 되면 결말이 예상되지 않는가? 공중파에서 만든 어린이 드라마에 쉽게 번 돈으로 재벌이 되는 어린이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남매가 큰 욕심을 부린 뒤에 더 이상 내일 뉴스는 나오지 않고, 알고 보니 라디오는 이미 사용할 수도 없을 만큼 고장 난 상태였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그럼 라디오는 왜 남매에게 내일 뉴스를 들려주었을까? (개인적인 욕심 안 부리는) 착한 사람에게 들려준 것이라고 한다면, 어떻게든 미래를 바꾸라는 메시지인가? 언젠가 남매에 대한 뉴스가 나올 수도 있으니 계속 들어라? 막을 수도 없는 끔찍한 미래를 알게 되는 것만큼이나 끔찍한 일도 없을 텐데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에게 왜 이런 부담을 주셨나요? 네? 대체 뭘 어떻게 하라고요~😭
* 2011년에 내일뉴스 영화의 주인공으로 강지환이 캐스팅 되었다는 뉴스가 있다.
MBC 특집극 '내일 뉴스'. 유튜브 캡쳐 |
* 화질이 안 좋아서 헷갈리긴 한데 '디프 포커스(deep focus)로 찍은 장면으로 보인다. 카메라에 가까이 있는 것이나 멀리 있는 것이나 초점이 다 살아있게 찍는 방식. 촬영에 신경을 많이 쓰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