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3

배드 인플루언스 - 절대로 보지마세요! 넷플릭스 2025 로맨스 영화 솔직 리뷰

 
'유주얼 서스펙트'라고 반전의 대명사로 이름난 영화가 있다. 끝까지 범인을 모르고 봐야 엔딩에서 제대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데, 어떤 미친 인간이 버스에 올라타서는 창문을 열고 극장 앞 사람들을 향해 범인은 누구다~ 외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냐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보고 나도 이렇게 외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제발 보지마~~~~~


🏍 스포일러 주의! 줄거리 많이 나옵니다 🩰

에로스와 리즈가 껴안은 채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Eros & Reese

배드 인플루언스 (Bad Influence / Mala influencia)


: 2025년 5월 넷플릭스 공개. 스페인 작품. 감독 클로이 윌리스. 각본 클로이 윌리스, 디아나 무로. 알베르트 올모, 엘레아 로체라, 엔리케 아르세, 미렐라 발리치, 사라 아리뇨 등 출연. 


영화 시작부터 설정이 좀 이상하긴 했다. 누구인지 모를 상대로부터 괴롭힘 당하는 딸을 위해 부자 아빠가 경호원을 고용하는데 굳이 감옥에 있는 남자를 빼와서 일을 시킨다? 그렇다고 이 남자가 경호원으로써 경력이나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특이 사항이 있다면 부자 아빠가 어렸을 때부터 후원해준 고아라는 점. 미성년 딸에게 잘 생긴 젊은 남자를 붙여 놓고는 깊은 사이가 되면 안된다고 눈에 불을 켠다. 이때만 해도 남자가 운동이라도 잘 하나 했는데.

요즘 말로 아주 쓸만한 와꾸(외모)를 가진 주인공 에로스는 부잣집 딸 리즈가 다니는 학교에서 단숨에 화제가 된다. 학생도 아니면서 교복까지 입고 학교에 같이 다니는 설정도 웃기긴 했는데, 명색이 경호원임에도 리즈를 지켜주려는 느낌이 없다. 그냥 따라다니는 키링남 같다고나. 사정이 있어 이 일이 필요한데도 그 어떤 절박함이나 진지함이 에로스에게선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 뭐 여기까진 그가 얼떨결에 이 일을 하게 되어서 그렇다 쳐도....



제목 뜻이 '나쁜 영향'인데 에로스가 리즈에게 무슨 영향을 얼마나 주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설정의 영화라면 곱게 자란 부잣집 딸이 전혀 걸맞지 않은 남자를 만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면서 자신만의 우물에서 탈출하는 것을 기대하게 되는데, 남의 오토바이 함께 부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일탈이 없다. 파티 같은 건 리즈가 더 경험이 많아 보이는데?

두 주인공 사이에 케미는 나쁘지 않으나 텐션은커녕 매력적인 티키타카 대화 하나 찾아볼 수 없고 둘이 합체를 하는데도 별 감흥이 없다. (여기서 그만 봤어야 했는데😭)

리즈를 괴롭힌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은 또 어떤가. 애매한 영상 하나 보고 바로 확신? 개연성은 일찍이 개나 줘버렸으니 가능한 전개였다. 범인의 정체보다 더 황당한 건 최후의 비밀을 범인이 다 폭로해버린다는 것. (아니 그걸 대체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정도는 나와줘야 하지 않을까??)

하.......

결국 에로스와 리즈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이였던 것인데.... 에로스는 자기 부모를 죽게 만든 인간의 딸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만 늘어놓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빠가 알고 보니 자기 부모의 원수인데 어떻게 분노하는 장면 하나 나오지 않을까? 운명의 장난에 휘말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리즈에게 애증을 보이는 장면도 없다. 부모 죽게 만든 자식이란 오명을 평생 달고 살다가 진실을 알게 되었는데도 에로스라는 인물에게는 아무 변화가 없다.

리즈 또한 아빠의 추악한 모습을 알게 되었는데도 이에 대한 반응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아빠의 악행으로 힘든 인생을 산 에로스에게 미안해 하는 장면 하나 없다. 이건 뭐 시나리오와 연출 탓을 해야겠다. 


에로스와 리즈로 나오는 배우들은 충분히 매력적인데 캐릭터는 놀랍도록 밋밋하고 무매력이다. 아니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만들어졌을까? 지금까지 본 넷플 오리지널 중에 가장 최악이다. 둘이 수영장에 빠져 젖은 머리로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영화 '애프터'의 포스터가 떠올랐는데 제작자는 이런 청춘물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스페인 작품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실망한 적이 없었는데 '배드 인플루언스'는 정말이지...!!! 같은 스페인 로맨스 영화 '나의 잘못'은 이것에 비하면 진짜 양반이었다~

다시 한 번 외치겠습니다! 강력 비추! 보지마 제발~~~~~ Time is Gold~~~~~


*
이렇게 인터넷에서라도 외치고 나니 또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햄식이 크리스 헴스워스와 탕웨이가 함께 나온 영화가 있다 길래 당장 찾아봤다가....😤😤😤 진짜 볼거라고는 키스신 & 베드신(?) 뿐. 제목도 기억 안 나는 영화. 찾아보니 '블랙코드(Blackhat)'. 무려 2시간 넘는 런닝타임. 이것도 궁금하신가요? 분명 경고했습니다~~~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다고요~~~~~

2025-05-09

나쁜 사랑 (Three Hearts) - 지독한 운명의 장난이란 이런 것

💘 스포일러 주의 💔

주인공 마르크는 파리행 기차를 놓쳐버린다. 생수를 마시면서 화를 식히는데 한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하룻밤 잘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며 여자에게 말을 붙여본다. 여자는 그를 피하지 않고 괜찮은 호텔까지 데려다 준다. 느낌이 잘 통하는 여자와 헤어지기 싫었던 마르크는 거리에서 함께 밤을 보낸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도 연락처도 모른 채 파리의 튈리르 공원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실비와 마르크가 마주 보고 있다
실비와 마르크

나쁜 사랑 (3 cœurs = Three Hearts)


: 2014년 프랑스 개봉. 브누아 자코 감독. 베누아 포엘부르데(마르크), 샤를로트 갱스부르(실비), 키아라 마스트로얀니(소피), 카트린 드뇌브(모친), 앙드레 마르콩(시장), 토마 도레(아역) 등 출연. 



드디어 만나기로 한 날, 마르크의 사무실엔 대화조차 안 되는 고객들이 찾아온다. 스트레스를 미친 듯이 받은 그는 심장에 통증을 느끼고 기절해버린다. 정신을 차리고 약속 장소로 달려갔을 땐 이미.... 그렇게 마르크는 여자를 놓쳐버린다.

담배를 사러 갔다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난 실비는 애인을 정리하고 파리로 달려간다. 하지만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나도 남자는 오지 않는다. 절망한 실비는 애인과 함께 미국으로 떠난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이름도 모르는 남자를 다시 보게 된 곳은 동생 소피와 영상통화 할 때 쓰는 컴퓨터 화면 안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진실을 알게 되면서 마르크의 마음은 지옥이 된다. 하지만 이미 출발한 롤러코스터에서 내리지 못한다. 현재에만 집중하며 살지만 실비를 만나는 순간 이성은 무너져 버린다. 동생을 목숨처럼 아끼는 실비도 마찬가지였다. 


결혼식장에 있는 소피와 마르크
소피와 마르크 (맨 오른쪽에 소피의 엄마)


아, 보면서 속이 터지는 영화였다. 그렇게 서로 운명적인 상대라고 느꼈으면 연락처를, 아니 이름이라도 알려줬어야지~~~ 인생을 걸었으면 최소 세 시간, 아니 밤샐 각오로 기다리든가~~~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노력이라도 하든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인물들에게 소리 질러 무엇 하겠나 만은... 완전 초답답(요즘말로 개답답)!!

원제가 '3개의 심장'이다. 마르크, 실비, 소피 세 사람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세 개의 마음'으로 볼 수도 있겠다. 마르크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본심, 실비를 향한 마음, 소피를 향한 마음. 실비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의 본심, 마르크를 향한 마음, 동생을 향한 마음. 마르크도 소피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실비를 향한 마음이 절대적이었다. 실비에게도 동생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다. 다만 마르크를 향한 마음이 더 클 뿐이었다. 소피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Never.

개인적으론 한 시간까지는 지리했다. 그럼에도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보다가 그만두지만 않으면 마지막 장면에서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말의 해석은 각자 알아서. 마음이 덜 아픈 쪽으로 상상하고 싶지만 본심은 마음이 더 아픈 쪽으로 향한다.



* 마르크 역의 배우가 미남이 아닌 것이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베누아 포엘부르데의 연기력만 보였다.

* 실비로 나온 배우의 이름을 보고 헉 했다. 샤를로트 갱스부르! 이름만 알았지 얼굴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 소피로 나온 키아라 마스트로얀니의 이름에서 이탈리아 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연상되었다. 찾아보니 그녀의 아빠였다. 친엄마는 카트린느 드뇌브?! 영화 속 모녀가 실제로도 모녀 사이였다니.

2025-04-30

레이디스 컴패니언 - 브리저튼과는 또다른 매력 넷플릭스 추천 스페인 로코 드라마


제목을 직역해보면 숙녀들의 동행인.

주인공 엘레나는 귀족 가문의 영애를 수행하는 '컴패니언'이다. 영애가 좋은 남편감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로 사교계에 진출할 나이의 딸이 있는 집에 고용된다. 평판이 안 좋은 남자는 미리 자르고 귀족 아가씨가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에 늘 함께 한다. 귀한 집 자식이 사고(?)를 치지 않도록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감시자 역할도 한다. 결혼까지 연결되면 바로 해고되기 때문에 빨리 다음 집을 찾아야 한다. 

컴패니언으로 일하는 엘레나가 살짝 웃고 있다
파란만장 엘레나


레이디스 컴패니언 (The Lady's Companion / Manual para señoritas)


: 2025년 3월 1시즌 공개. 나디아 데 산티아고, 알바로 멜, 이사 몬탈반, 조에 보나폰테, 이라체 엠파란, 파울라 우세로, 이반 라파둘라, 트리스탄 울로아, 마리아 카발레로, 니콜라스 일로로 등 출연.


실력 좋은 컴패니언으로 이름난 엘레나는 마음이 급했다. 당장 먹고 잘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멘시아 집안의 세 자매를 발견하고 약간의 술수를 써서 그 집에 들어간다. 하지만 저마다 너무 다른 세 아가씨는 첫날부터 엘레나의 혼을 빼놓는다.



보는 동안 넷플릭스 간판 로맨틱 코미디 '브리저튼'이 생각나긴 했으나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레이디스 컴패니언'도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게 주제이긴 하지만, 주인공이 컴패니언 일을 하면서 겪는 우여곡절이 주된 이야기이다. 엘레나는 자신의 생계가 걸려있는 만큼 큰딸의 비밀도 무조건 지켜줘야 하고 둘째 딸의 자아실현도 도와줘야 한다.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듯한 셋째 역시 늘 주의해야 하는 폭탄 같은 존재. 집안의 2인자인 가정교사마저 그녀의 원수와 친하다.

안 그래도 복잡한 그녀의 일상에 사랑까지 끼어든다. 남의 사랑을 찾아주는 일을 하지만 자신의 사랑은 챙기기 어려운 컴패니언의 아이러니. 엘레나가 진짜 사랑을 찾는지 못 찾는지는 다음 시즌이 나와봐야 안다. 시즌 2 Hurry Up!

멘시아 집안의 세 자매
왼쪽부터 막내 카를로타, 첫째 크리스티나, 둘째 사라

세 자매 이야기에 엘레나의 숨겨진 사연, 컴패니언 친구들의 애정사까지 더해져 드라마가 지루할 틈이 없다. 취향에 맞으면 8개의 에피소드가 짧게만 느껴진다. 강추!

미술에 엄청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이는 예쁜 화면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의상과 세트, 풍경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 회 시작 부분에 내용을 암시하는 애니메이션이 짧게 나오는데 이것도 정말 볼만하다. 배우들 연기도 다 좋은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엘레나와 남자 주인공 사이에 케미가 별로 안 느껴진다는 거...(나만 그럴지도😪) 2시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빨리 보고 싶다. 

브리저튼 스타일 좋아하고 재밌게 보셨다면 이 드라마도 보세요~

2025-04-26

인투 더 파이어 : 사라진 딸 - 넷플릭스 실화 범죄 다큐 추천 (스포 주의)


캐시(Cathy Terkanian)는 열여섯 살에 딸을 낳아 입양 보낸 뒤로 아이 없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충격에 휩싸인다. 당신이 낳은 딸이 오랫동안 실종 상태인데 얼마 전 발견된 변사체와 대조해보려고 하니 DNA를 제공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실종자 안드리아 보먼이 활짝 웃고 있다
RIP A.M.B
 

인투 더 파이어 : 사라진 딸 (Into the Fire: The Lost Daughter) 


: 2014년 9월 12일 넷플릭스 공개. 2부작. 감독 라이언 화이트. 제작 샤를리즈 테론, 제시카 하그레이브, 맷 마허.


딸이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기만 바랐던 캐시는 직접 딸을 찾아보기로 한다. 하지만 딸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했던 생물학적 엄마는 딸의 이름조차 전해 들을 수 없었다. 캐시는 남편의 도움으로 실종자 정보 사이트에서 자신과 몹시 닮은 아이를 찾아낸다. 안드리아 미셸 보먼(Aundria Michelle Bowman).

캐시는 페이스북에 '안드리아 M. 보먼 찾기' 페이지를 열고 도움을 청한다. 놀랍게도 안드리아를 알았던 친구들이 연락을 해오고 양부모의 친척과도 연결이 된다. 캐시는 탐정을 고용해서 함께 실마리를 찾는다.



안드리아의 양부모는 그녀가 크면서 갑자기 문제를 일으켰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아이가 삐뚤어지진 않았을 것이고 양아빠가 뭔 짓을 한 게 아닐까 의심을 했는데 이야기가 정말 그렇게 흘러간다. 오 마이 갓.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족이었지만 양부 데니스 보먼은 안드리아에게 성추행과 폭행을 일삼았고 양모 브렌다 보먼은 이를 방관했다.

안드리아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학교에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그놈의 책임자는 안드리아와 양부모를 한 자리에 불러 놓고 상담을 진행했다. 교회 목사도 마찬가지였다. 이러면 대체 누가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을까? 안드리아는 입을 다물게 되었고 힘없는 친구들만이 그녀를 위로할 뿐이었다.

그렇게 보먼 부부에 대한 진실을 캐고 있을 때 결정적인 제보자가 나타난다. 어릴 적 괴한에게 납치되어 성폭행 당했던 메타는 데니스 보먼의 사진을 보고 경악했다. 그가 바로 괴한이었던 것이다.


2부에서는 데니스 보먼에게 살해된 다른 여성의 이야기도 나온다. 살해 수법이 얼마나 잔인한지 놈이 피해자에게 한 그대로 놈을 죽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캐시는 데니스가 안드리아를 죽였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딸의 시신도 그 집 마당에 묻혀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초지일관 결백을 주장하던 데니스는 자백 후에 시신의 행방을 놓고 그야말로 모두를 갖고 논다. 이야기를 얼마나 잘 지어내는지 타고 난 범죄자라는 게 이런 건가 싶다.

결국 밝혀진 안드리아의 행방은 캐시 말대로 그 집 뒷마당이었다.......

남편이라는 작자가 이 지경인데도 브렌다는 그에 대한 사랑이 변함없다며 눈물을 짠다. 더 소름인 건 남편이 안드리아를 죽였음에도 자신은 그녀의 엄마이며 딸을 사랑한다고 나불대는 것이다. 브렌다는 캐시에게 안드리아의 뼛가루를 절반만 준다. 역시 그 남편에 그 부인. 이 여자도 감옥에 갔어야 했는데!

데니스를 겪어본 경찰들은 그가 범죄를 더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다큐를 보고 나니 뼛속까지 사악한 것들은 빨리 사형 시키는 게 인간 사회에 득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대체 그 새끼 때문에 몇 사람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나! 하필 그런 악마의 집구석으로 입양을 간 안드리아가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친엄마 캐시의 집념이 아니었다면 안드리아는 아직도 실종 상태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의 다큐에 재밌다, 흥미진진하다 표현을 쓰는 게 좀 그렇지만 정말 몰입해서 보았다. 많은 분들이 캐시의 이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좋겠다.


* 캐시는 딸을 알렉시스라고 부른다. Alexis Miranda Badger.

* 캐시의 DNA를 대조했던 실종자는 페기 존슨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위키백과 참고)

2025-04-23

옛사랑 - MBC 베스트극장 (이영하 한민 허정민 권해성)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중년남 민수(이영하)는 약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와 부딪히며 약을 쏟는다. 순간 민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다. 약을 주워준 여자는, 닮았다. 닮아도 너무나 닮았다.


연진이 민수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민 권해성 허정민 / 웨이브 캡처


MBC 베스트극장 제 572회 '옛사랑'


: 2004년 3월 19일 방영. 강은경 극본. 김우선 연출. 이영하, 한민, 허정민, 권민(권해성), 김진서, 김건호, 이필모, 박태진, 백주환, 정준익, 이지훈, 최홍조, 김시현, 정채빈, 전지애, 장리라 출연.


고등학생 민수(허정민)에게는 쌍둥이 형이 있었다. 잘 생긴 외모에 공부 잘하고 성격도 좋아 늘 칭찬이 따르는 모범생 민호(권해성). 그와 늘 비교 당하며 자란 민수는 반항아가 되었다. 형 보다 민수가 나은 것은 그림 실력 뿐. 그러던 어느 날 민수는 누군가와 부딪히며 그림 도구를 쏟는다.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는 여학생을 본 순간 민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다. 데스티니~

첫눈에 반해버린 그녀의 이름은 연진(한민). 하지만 형과 친밀해 보이는 연진을 보고는 마음을 숨기는데....


이 화를 보고 나서 아바(ABBA)의 'S.O.S'에 꽂혀 버렸다. 비극적인 스토리와 어우러져 노래가 어찌나 사무치게 들리던지 가사 뜻도 잘 모른 채 한참을 즐겨 들었었다. 


(공식 뮤직비디오가 있지만
가사를 한글로 번역해 놓아서 이것으로 링크)


여운이 아주 길었던 이 화를 이십여 년만에 다시 보았는데 이럴 수가...... 민수 이 좌식! 이 바보같은 인간아~~~ 연진이가 그렇게 신호를 줬건만 뭐한 거야~~~~ 아니 어떻게 연진이를 그냥 뒀냐고~~~~ 이 답답한 인간아~~~~~~

오랜 세월 간직하고 있었던 애뜻한 감상이 와장창! 민수가 연진을 멀리하게 된 계기가 있긴 하지만 다시 만났을 때 뭐한 거야~~~~ 술에 취해서 중요한 순간을 또 잊어버리면 어떡하냐고~~~~

연진이 민수에게 아바 레코드판을 주고 있다
연진이 민수에게 아바의 레코드판을 주었지만...


이쯤 되니 괜히 복습했다 싶다. 사실 이 단막극을 완전히 잊고 살다가 우연히 찾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다시 보게 되었는데, 방영 당시엔 너무나 불쌍하게 느껴졌던 민수가 이제는 등짝을 패주고 싶은 밥통으로만 보이니 이것 참.......

자신의 장점을 보지 못하는 것도 비극,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혼자 결론 내리는 것도 비극, 지레 포기해버리는 것도 비극..... 다시 보면서 느낀 점은 어쩌면 내 스스로 만든 비극이 생각보다 많을 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 젊은 민수로 나온 허정민은 록 밴드 '문차일드'의 멤버였다. 건반 담당.

* 상큼한 한민 배우 다시 보고 싶다. 동명이인 남자 배우가 있다. 

* 베스트극장 '짐작과는 다른 일들'이 연상된다.

* 같은 제목의 베스트극장이 또 있어서 헷갈릴 수 있다. 제 383회. 이주경 주연.

2025-04-15

C.B.스트라이크 : 트러블드 블러드 - 해리포터 작가 소설 원작 HBO 탐정물 영드 추천

 
해리포터로 너무 너무 유명한 작가 J.K. 롤링(J.K. Rowling). 그녀가 새로운 필명으로 추리 소설을 썼다는 뉴스는 아주 오래전에 들었었다. 

어느 날부터 핀터레스트 피드에 낯선 이미지들이 뜨기 시작했다. 무뚝뚝해 보이는 남자와 조금은 예민해 보이는 여자가 함께 있는 스틸컷이었다. 이미지에 박혀 있는 로고를 검색해보니 'C.B.스트라이크'라는 영국 드라마였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쓴 '로버트 갤브레이스(Robert Galbraith)'가 바로 'J.K. 롤링'이라는 게 아닌가.

스트라이크 탐정과 그의 파트너 로빈

C.B. 스트라이크 : 트러블드 블러드 (C.B. Strike : Troubled Blood)


: 영국 BBC 제작. 로버트 갤브레이스 원작. 톰 에지 극본. 톰 버크, 홀리데이 그레인저 주연. 


다른 영드 몇 번 찾아본 것 때문에 알고리즘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당장 보고 싶어 안달이 났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제공하는 ott가 없었다. vpn은 쓸 생각도 없었지만 쓴다 해도 영어를 해석하며 볼 수도 없었다. 깨끗이 포기하고 지내던 차에 쿠팡플레이에서 이 작품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물론 안 질렀다).

2025년 4월부터 쿠팡플레이에서 HBO 작품들 독점 공개. 그렇다, 5시즌에 해당하는 '트러블드 블러드'는 HBO에서 제공하는 것이었다. 

앞 시즌들을 보지 못한 채로 이 시즌을 보았으나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코모란 블루 스트라이크(Cormoran Blue Strike)는 유명한 탐정이자 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참전 용사였다. 함께 일하는 로빈을 좋아하지만 감정을 억누르며 선을 넘지 않고 있었다. 



'트러블드 블러드'는 코모란에게 어떤 중년 여성이 다가와 엄마를 찾아 달라고 하면서 시작된다. 그녀의 엄마는 무려 40년 전에 실종된 상태였다. 코모란은 사건을 맡지 않으려 했지만 로빈이 적극 나선다. 두 사람은 경찰 친구의 도움을 받아 미제 사건의 단서를 다시 맞춰본다. 그리고 밝혀 낸 범인의 정체는...!! (미리 맞춘 분이 있다면 작가 하세요)


소설은 2025년 9월에 여덟 번째 작품(The Hallmarked Man)이 나온다고 한다. 드라마는 2025년 4월 현재 6시즌까지 만들어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쿠팡플레이에서 일부만 볼 수 있다. 나머지 시즌들 다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


* IMDB와 로버트갤브레이스닷컴에는 소설 한 작품마다 한 시즌으로 구분해서 총 6시즌으로 되어있는데, HBO 홈페이지에는 초반 세 작품을 1시즌으로 묶어 놓았다. 그래서 트러블드 블러드는 3시즌으로 되어있다. 뭐야 헷갈리게😑

* 로빈으로 나오는 배우 '홀리데이 그레인저'는 미드 '보르지아'에서 귀여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19금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인상에 남은 배우였다. BBC TV 영화 '채털리 부인의 연인' 이후로 거의 10년 만에 다시 보게 되니 몹시 반가웠다. 그러다 영화 '미키17'에 나오는 그녀를 보고 데스티니~를 외칠 뻔. 이름값에 비해 역할이 작다고 느껴졌으나 우리나라 감독의 영화에서 그녀를 보니 괜히 좋았다.


2025-04-09

미키17 (Mickey 17) 극장에서 봐서 다행이었다 - 스포일러 주의


극장에 안 간지 너무 오래되었다.
이제는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서 아주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차비 들여 시간 들여 영화관까지 가는 게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관람료도 많이 올라서 더더욱. 개봉 전부터 보고 싶어서 환장한 영화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집에서 혼자 보는 것에 길들여졌다고나.


영화 미키17에서 육체가 둘이 된 미키
미키 18 처음엔 싫었지만...


'미키 17'은 제작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보고 싶은 영화였다. 그럼에도 막상 개봉을 하니 보러 가는 게 너무 귀찮은 것이다. 미루고 미루다 OTT로 간다는 뉴스에 허겁지겁 동네 극장을 찾아보니 이틀 뒤에 끝! 그것도 하루에 한 번 상영! 역시나 허겁지겁 극장으로 달려가 나 포함 네 명이서 영화를 보았다.

아......
이래서 극장을 가는 거였는데 그간 너무 효율만 따진 것에 반성을 했다. (물론 모든 영화가 극장에서 보면 더 좋겠지만) 미키 17은 웬만하면 극장에서 봐야 할 작품이었다. 더 큰 화면으로 보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 

공포 그 자체인 사채업자를 피해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는 계획에 뛰어든 미키. 그저 1초라도 지구를 빨리 뜨고 싶은 마음에 지원자 없는 '익스펜더블'에 지원해버린다. 익스펜더블(expendable)은 말 그대로 소모품처럼 쓰여지는 인간으로 온갖 생체 실험의 대상이 된다.



실험 당하고 죽고 새 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실험 당하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불사(不死) 아닌 불사의 삶. 미키는 분명 인간임에도 인간으로써 누려야 할 존엄 따위는 개나 줘버린 삶을 산다. 그를 미키 그 자체로 보아주는 나샤를 만나기 전까지는.

영화는 인간 복제 기술이 얼마나 비윤리적인지 잘 느끼게 해준다. 아무리 한 사람 희생 시켜 몇 십 억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는다고 해도 말이다. 미키도 사람이다. 아무리 스스로 그런 삶을 선택했다 해도 그에게는 사람으로 살 권리가 있다. 

보고 나니 왜 흥행이 잘 안 되었는지 알겠다. 이야기를 쌓아가는 초반부가 조금은 지리하게 느껴지고 영상 톤이 우중충하니 즐겁게 보아지는 그림이 아니다. 미키가 줄기차게 소모되는 부분도 보고 있기 괴롭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는 역시 봉준호!를 외치게 한다. 이렇게 기승전결 꽉 짜이고 메시지까지 확실한 작품은 인간적으로다가 흥행했어야 하는데...😢


마샬이 많은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고 있다
마크 러팔로 악역이 처음이라고?

마샬이 미지의 생명체를 다 죽이려 하는 대목에서는 미국의 인디언 학살 역사가 떠올랐다. 뛰어난 2세를 태어나게 하려는 계획에서는 히틀러가 보였다. 특히 우리나라(대한민국)에서는 마샬 부부에게서 얼마 전 탄핵 당한 대통령 부부를 떠올린 분들이 많을 듯하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본 것도 있다]

흥행에 실패했는지는 몰라도 작품성에선 전혀 실패하지 않은 '미키 17' 강추강추강강추! 아직 안 보신 분은 꼭 보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