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0

사체의 증언 - 법의학 스릴러 수사물 영드 추천


티빙에서 독점으로 제공하는 파라마운트사 작품들을 살펴보던 중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사체의 증언? (24년 1월에 정주행 했는데 2월 현재 티빙에 없다. Oh my~😱)


법의학자가 작업복 모자를 쓰고 있다
The Chemistry of Death


사체의 증언 (2023)

: 사이먼 베케트 원작. 리처드 클락 감독. 해리 트레드웨이, 사무엘 앤더슨, 잔느 구르소 등 출연. 


타이틀에 나오는 원제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죽음의 화학(The Chemistry of Death)'이다. 그런데 한국 제목은 왜 이렇게 노골적으로 지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무튼 법의학이 주 내용 같아서 보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라도 봐서 다행'인 작품이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 '시골 의사'로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데이비드 헌터는 어느 날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숲에서 놀던 어린 형제가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부검의를 당장 불러올 수 없었던 경찰은 그에게 시신을 봐달라고 부탁한다. 


거절을 거듭하던 헌터는 현장만 보고 이런 저런 것들을 짚어낸다. 누가 봐도 전문가 같은 모습에 그를 조사해본 경찰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헌터는 한때 알아주는 법의학자였던 것. 

대단한 경력을 숨긴 채 오지에 숨어있는 법의학 전문가. 뭔가 설정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트라우마를 피해 일(job)에서 달아난 주인공은 운명처럼 다시 그 일을 하게 된다.  

법의학자가 주인공이지만 장르를 따진다면 범죄 스릴러에 가깝다. 두번째 이야기에서 그는 근처 섬에 일하러 갔다가 태풍으로 발이 묶인다.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한 명뿐인 경찰을 도와 사건 해결에 나선다. 법의학자가 경찰처럼 발로 뛰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끝까지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스토리 진행이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든다. 

알고 보니 소설 원작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사체의 증언'으로 책이 나와 있어서 그 제목을 그대로 갖다 붙인 모양이다. 어느 ott에서든 다시 제공할 때에는 원제로 수정해주면 좋겠다. 세련되지 못한 제목이 볼만한 작품을 가려버리는 느낌이다. 

2024년 2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작품을 볼 수 있는 ott가 없어서 리뷰를 쓰는 게 뻘쭘하긴 하다. 그래도 추천!


2024-02-06

데드윈드(Deadwind) - 강력 추천 넷플릭스 핀란드 드라마 범죄 수사물


넷플릭스를 떠날 수 없는 이유는 알고 보면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아서이다. 왜 이제야 봤을까 땅을 치게 만드는(이제라도 보게 되어 정말 다행인) 드라마 발견! 2024년 현재 3시즌까지 나와있는 핀란드 드라마 '데드윈드'이다.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두 남녀 형사가 사건 현장을 둘러 보고 있다
Netflix 'Deadwind' / 출처 TMDB


데드윈드 (원제 : Karppi)


: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8년 시즌1, 2020년 시즌2, 2021년 시즌3 공개. 피흘라 비탈라, 라우리 틸카넨, 미모사 빌라모, 야니 볼라넨, 톰미 코르펠라, 피리오 롱카 등 출연. 

1시즌 줄거리만 짧게 얘기해보면, 새로운 주택 단지가 지어질 장소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된다. 죽은 '안나'는 사회복지사로 평범한 기혼자였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 수록 그녀를 둘러싼 비밀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이 사건을 맡게 된 헬싱키 경찰 소피아 카르피(Karppi)는 남편을 잃은 지 얼마 안 되었다. 새로운 파트너 사카리 누르미(Nurmi)와 일하게 되는데 첫날부터 어딘가 맞지 않는다. 서로가 불만스러웠던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함께 다니다 서로를 점점 이해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데드윈드' 두 주인공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미국 드라마 '엑스파일(X-file)'과 '더 킬링(The Killing)'을 떠오르게 한다. 둘 다 덕질을 한참 했었던 작품들이다. '엑스파일'의 멀더와 스컬리 사이에 흐르던 긴장감과 은밀함, '더 킬링'의 세라와 스티븐 사이의 진한 연대감이 '데드윈드' 두 주인공에게서도 보인다.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기대는 두 사람의 동료애가 그 어떤 사랑보다 더 진하게 느껴진다.

한번 본 작품은 웬만해선 다시 잘 안 보는데 '데드윈드'는 3시즌까지 보자마자 다시 1시즌부터 돌려보았다. 범죄 수사물로써 끝까지 범인을 잘 숨기는 연출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주인공 사이의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더 컸다. 뛰어난 외모의 두 배우[피흘라 비탈라(카르피)/라우리 틸카넨(누르미)]가 붙어 나오니 눈이 즐겁다는 장점도 있다. 

3시즌까지 나온 것을 보면 인기가 없진 않았을 텐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팬들이 만든 유튜브 영상에서 시즌4가 나오길 바라는 이들을 보게 되어 반가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만큼 넷플에서 나서줘야 4시즌을 볼 수 있을 텐데.... '데드윈드' 새 시즌 좀 만들어주세요 제발~😭😭😭 재미있는 형사물 범죄물 수사물을 찾고 있는 분, 북유럽 드라마의 드라이(Dry)한 감성이 잘 맞는 분께 강추!


* 2시즌 : 헬싱키 경찰의 간부와 그 딸이 살해된다. 눈 먼 자들의 이야기.

* 3시즌 : 제약회사 연구원의 기묘한 죽음. 카르피 남편 사건에 대한 제보가 들어온다. 그날의 진실은?


( 2024. 05. 11 내용 추가 )

* 데드윈드 1시즌에서 안나로 나온 '파멜라 톨라'가 누르미로 나온 '라우리 틸카넨'의 실제 부인이었다. 2020년(2시즌 방영 후)에 결별했으니 1시즌 촬영 당시에는 부부였다는 얘기. 또한 카르피로 나온 '피흘라 비탈라'와 파멜라는 정말 친한 사이(절친)라고 한다. 

* 피흘라 비탈라는 데드윈드 1시즌으로 2019년 골든 벤라(Kultainen Venla) 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데드윈드는 작품상 및 올해의 작가상에 노미네이트.

* 피흘라 비탈라와 라우리 틸카넨은 2010년 '나쁜 가족'이라는 영화에 함께 나왔다(리뷰는 따로 올렸음). 이 작품에서 아버지로 나오는 배우가 누군가 했더니 "살인 없는 땅(=보더타운=소르요넨)"에서 카리 소르요넨으로 나온 '빌레 비르타넨'이었다. 그 밖에도 데드윈드에서 본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2024-01-26

페어플레이 - 여자 쪽이 더 잘난 커플의 최후 (넷플릭스 19금 영화 추천)


함께 살고 있지만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남인 척 연기하는 에밀리와 루크. 따로 출근한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곳은 같은 회사 사무실이다. 사내 연애 금지 규정을 어기고 결혼까지 약속한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일로 삐걱거리기 시작하는데.......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영화 페어플레이의 두 주인공
넷플릭스 공식홈 캡처

페어플레이 (Fair Play)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2023년 공개. 청소년 관람 불가(만 18세 미만 시청 금지).
클로이 도몬트 각본, 감독. 피비 디네버, 올든 에런라이크, 에디 마산, 리치 서머, 서배스찬 더수자, 패트릭 피슐러 등 출연.


루크가 올라갈 줄 알았던 자리에 에밀리가 앉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간다. 남자 동료들은 에밀리가 성(sex)을 팔아서 그 자리에 올랐을 거라고 쑥덕거린다. 회사에서야 철저히 비밀로 하는 사이니 그런 개소리에 루크가 아무 말도 못 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 역시 에밀리가 성 상납 같은 편법을 썼을 거라 의심하고 있었다. 루크는 에밀리가 실력으로 승진했다는 것을 도저히 인정하지 못 한다.

에밀리는 상사로써 루크를 밀어주려고 하다가 큰 손해를 본다. 곧 실력으로 실수를 만회하지만, 루크는 그런 에밀리에게 열등감만 더 느낄 뿐이다. 에밀리가 잘 나갈 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각본이 탄탄하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자기가 무조건 잘나야 하는 줄 아는 루크의 캐릭터가 너무 리얼해서 소름이 돋는다. 성인 여성 분들, 특히 연애 중인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해본다. 여자보다 남자가 잘나야 가정이 행복하다는 소리를 실제로 듣고 자랐던 세대로써 이렇게 관습을 짚어주고 현재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은 반갑다. 


* 에밀리로 나온 피비 디네버는 넷플릭스 히트작 '브리저튼'에서 처음 보았다. 연기를 잘한다 싶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감탄했다. 루크로 나온 올든 에런라이크의 연기도 대단하다. 두 주연 배우들의 연기만 봐도 충분히 남는 작품이다.




2024-01-24

형사 포르스트 - 넷플릭스 폴란드 드라마 형사물 추천


* 최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했으나 그래도 주의해주세요 *

(요금제 이슈가 있긴 하지만) 넷플릭스의 좋은 점은 다양한 나라들의 드라마를 안방에서 접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ott 서비스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에서 폴란드 드라마를 어떻게 볼 수 있었을까? 할런 코벤 소설로 만든 '숲'을 보고 폴란드도 드라마를 잘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신작 안내에 뜬 '형사 포르스트'를 보게 되었는데.


형사 포르스트 (FORST) 시즌1

: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4년 1월 11일 공개. 총 6화. 레미기우스 므루스의 소설 원작. 보리스 시츠, 주잔나 사포주니코프, 안제이 비에니아스, 카밀라 바르 등 출연.



햐....... 1회 시작부터 눈 덮인 산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풍경이 예술이다. '타트라 산맥'이라고 자막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찾아보니 폴란드와 슬로바키아에 걸쳐 있는 산맥이라고 한다. 해발 고도 2,655m. 이곳을 배경으로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는데 문제(?)는 시신이 있는 풍경마저도 멋지다는 것이다...😓 

북유럽 쪽 드라마를 볼 때 덤으로 풍경 보는 재미가 있긴 했지만, 이 드라마는 타트라 산맥 곳곳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이다. 장소마다 지명과 해발 고도를 꼬박꼬박 알려준다. 등산에 별 취미 없는 사람도 '기에본트산'에 가보고 싶어질지 모른다. 

물론 이것만으로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최고 형사라는 평까지 들었으나 산골 마을로 좌천된 포르스트는 이곳에서 기묘한 연쇄 살인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사건에서 배제되고 개인적으로 수사를 하다가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긴장감 넘치는 범죄 스릴러를 원하시면 도전해보시기 바란다. 

* 개인적으로 느끼는 단점
: 몹시 잔인한 장면들이 있다. 섹스신 묘사가 과하다. 인물 이름이 좀 길다 싶으면 헷갈린다. 인물들 표정이 거의 다 굳어 있어서 같이 굳어질 수 있다.

2시즌은 언제 나오려나? 포르스트와 범인의 다음 얘기가 알고 싶다.



2024-01-21

송곳니- 블랙코미디라고 하기엔 너무 무서운 영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 스포일러 가득! 
영화를 보실 분은 스포 노출에 주의하세요 *


한 여자가 눈을 가린 채 두 팔과 두 무릎으로 잔디밭을 짚고 있다

송곳니 (2009년 작)


: 그리스 영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크리스토스 스테르기오글루, 미셸 벨리, 아겔리키 파푸리아, 크리스토스 파사리스, 마리 초니, 안나 칼라이치도 등 출연.


사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만든 영화인 줄 알고 보았다. 짧은 소개글에서도 평범치 않은 작품이라는 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정확한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성인으로 보이는 세 남매는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 집 안의 세상은 아빠에 의해 철저히 통제된다. 인터넷도 TV도 라디오도 없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단어의 뜻도 완전히 다르게(틀리게) 알려준다. 길고양이가 집안에 들어오자 아들이 잔인하게 죽여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라고 교육 받은(세뇌) 탓이다. 

오직 아빠만이 집을 드나든다. 대형 사업체를 운영해서 돈은 많아 보인다. 생수병조차 라벨을 떼고 집 안에 들이는 그가 유일하게 집에 데려가는 사람은 회사 직원 크리스티나이다. 그녀는 돈을 받고 사장 아들의 성욕을 풀어준다. 큰딸은 그녀의 '키보드'를 핥아주고 그 대가로 영화 테이프를 얻어낸다. 

큰딸은 '록키(실베스터 스탤론 주연)'로 추정되는 영화를 보고 바깥 세상에 눈을 뜬다. 아빠는 몰래 영화를 본 큰딸을 비디오 테이프로 마구 때린다. 그리고 크리스티나의 집을 찾아가 폭력을 휘두른다. 쓰러진 그녀를 향해 '내 집에 악의 씨를 뿌린 죄를 알라'며 '네 자식이 널 닮은 천하의 망나니로 자라길 바란다'고 저주를 퍼붓는다. [이 대목에서 아비 당신이야말로 망나니이자 악(evil) 그 자체라고 퍼붓고 싶었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말해왔다. 어느 쪽이든 송곳니 하나가 빠지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큰딸은 흔들릴 줄 모르는 자신의 송곳니를 스스로 빼버린다. 그리고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아빠의 차 트렁크에 몸을 숨긴다.

큰딸이 빠진 송곳니를 보며 웃는 장면이 압권이라는데 차마 볼 자신이 없어서 손으로 화면을 가렸다. 부모가 자식을 통제하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살벌하게 보여준다. 더 나아가서는 사회 체제가 국민을 통제하는 것에도 적용시켜 볼 수 있겠다. 평화롭고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모습들이 이렇게 소름 끼치게 느껴지는 영화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크리스티나가 하던 역할을 큰딸에게 시키는 것도 엽기 그 자체다. 직접적인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작은딸과 아들 사이에서도 성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말이지 너무 불편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영화이다. 정신적으로 충격을 크게 받을 수 있으니 강력히 추천은 못 하겠다. 괜히 봤다 싶으면서도 여운이 상당해서 영화나 창작 공부하는 분들께만 추천해본다. 

큰딸은 탈출에 성공했을까? 아니면...... 감독의 다른 작품 '랍스타'의 엔딩이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