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0

원더러스트(Wanderlust) - 권태기 부부께 추천하는 넷플릭스 19금 성인 영드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 조이와 앨런. 서로를 사랑하는 건 분명하지만 스러운 생활은 영 만족스럽지가 않다.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거의 동시에 일탈을 하게 된 두 사람. 그런데 이것이 돌파구가 될 줄이야.

부부가 서로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
넷플릭스 BBC 드라마 원더러스트 

원더러스트(Wanderlust)


: 2018년 넷플릭스 공개. 영국 BBC 드라마. 6부작. 크리에이터 닉 페인. 토니 콜렛, 스티븐 매킨토시, 자위 애쉬튼, 조 허스트, 에마 다시, 셀레스트 드링, 윌리엄 애시, 그리고 소피 오코네도 출연. 


조이는 부부 전문 상담가이고 앨런은 학교 선생님이다. 

교통사고에서 회복 중이던 조이는 수영장에서 마틴을 알게 되고 그에게 강한 충동(sexual impulse)을 느낀다. 그의 도움을 받은 날, 조이는 상담실을 보여주다가 그와 아주 진한 스킨십을 하게 된다. 

한편 앨런은 동료 교사 클레어의 집에 갔다가 분위기에 취해 관계를 갖게 된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두 사람은 서로의 죄를 털어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 모두 타인과의 스킨십에서 그간 부부 사이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꼈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에 합의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부부 관계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수단으로써 였다. 둘 다 절대로 가정을 위태롭게 만드는 일은 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줄거리는 이하 생략)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다른 (섹스) 파트너 만들기. 아무리 지금이 21세기라지만 아주 파격적인 설정이다. 상상이야 얼마든지 해볼 수 있겠으나 현실에서는 감행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굳이 추천해본다. 특히 권태기에 빠져있는 부부라면 드라마로나마 일탈을 대리 체험해보면 어떨까? 

아울러 조이가 심리 상담을 받는 장면이 꽤 나오는데, 집중해서 본다면 마치 내가 상담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5회에서 그녀의 심리가 아주 깊게 파헤쳐 진다. 전혀 생각지 못한 과거의 일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그녀는 조금 달라진다. 그래서 이 부부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시면 드라마를 보시기 바랍니다.



* 원더러스트 뜻 - 독일어로 Wander[하이킹] Lust[강한 욕망]. 새로운 것을 찾고 경험하려는 욕구는 마치 미지를 탐험하는 여행자 같다. (구글 검색 참고)

* 18금(청소년 관람 불가) 드라마지만 야한 장면들 수위가 높지 않다.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정도로만 묘사한다. 노골적으로 야한 작품을 원한다면 넷플릭스의 서브미션이나 섹스/라이프를 보시기 바란다. 

2023-11-17

해피 밸리 시즌 3 - 추천 영드 형사물


해피 밸리의 주인공 캐서린-토미리로이스-라이언
해피 밸리 시즌 3 / 출처 TMDB


'해피 밸리'라는 영국 드라마가 있다. 이전 리뷰 보기

사이코패스와 그에게 딸을 잃은 경찰관의 숙명적인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내가 구독하고 있는 OTT에서는 시즌2 이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것으로 끝인가 했는데, 쿠팡플레이에서 시즌3을 발견하고는 (기쁨의) 소리를 지를 뻔했다.


시즌 1, 2를 본 지 거의 2년 만에 시즌 3을 보니 앞서 나왔던 인물들이 잘 생각 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시즌 3에서도 사이코패스 토미는 여전히 문제였고, 경찰관 캐서린의 손자이자 토미의 자식인 라이언은 할머니 뿐 아니라 시청자도 환장하게 만든다. 뭐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는 행동이었지만. 

캐서린과 토미, 두 사람의 지긋지긋한 인연은 3시즌에서야 결판이 난다. 시즌2까지만 보신 분은 반드시 시즌3을 보시기 바란다. 그래야 이 거대한 이야기의 진짜 끝을 볼 수 있다. 글 제목에 형사물이라고 써 놓긴 했지만 단지 수사하고 범인 잡는 내용을 넘어 그 이상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람은 과연 변할까, 변하지 않을까. 당신도 이 화두를 만나보시면 좋겠다.

* 스포일러를 뿌리지 않으려니 뭔 얘기를 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줄거리는 쓰지 않겠다. 

* 등장인물 중에 앤으로 나온 배우가 낯익다 했더니 영드 옵세션의 주인공 찰리 머피였다. 


2023-11-13

치터스(Cheaters) - 집중 못하는 사람이 볼만한 10분컷 성인 영국 드라마 (19금 영드)


애인이 바람을 피워 홧김에 핀란드로 떠난 조시. 그곳에서 어떤 여자와 자꾸 마주친다. 급기야 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 불이 붙어버리는 두 사람. 뜨거운 밤을 보내고 먼저 자리를 뜨는 여자의 한마디가 조시를 기함하게 만든다. "나 유부녀야"

치터스의 네 사람 잭, 폴라, 에스더, 조시
영국 드라마 치터스(Cheaters) / 출처 TMDB 

치터스 (Cheaters) 

: 2022년 시즌1 방영. BBC One 제작. 조슈아 맥과이어, 수잔 워코마, 칼리 쿡, 잭 폭스 출연.

찜찜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조시는 집 앞에서 문제의 여자와 또 마주친다. 알고 보니 그녀는 건너편 집에 막 이사 온 폴라였다.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가! 그 뒤로도 두 사람은 계속해서 엮이게 되는데....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조시는 '아주 오래된 연인' 에스더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폴라는 멋진 남편 잭이 있었지만 그가 섹스를 피하고 있어서 욕구 불만 상태였다. 일상으로 돌아오고 난 뒤에도 조시와 폴라는 자꾸만 서로가 생각난다. 조시는 자극을 위해 상황극을 원하는 에스더에게 억지로 맞춰주고 있었는데, 폴라에게는 이럴 필요가 없었다. 폴라는 서운한 마음을 잭에게 다 표현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속만 끓이고 있었는데, 조시에게는 이럴 필요가 없었다. 조시와 폴라는 서로에게, 욕망 그 자체에 솔직할 수 있는 상대였던 것이다. 

섹스에 자신감이 없었던 잭은 부인이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갖는 소리를 듣고 자신도 흥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잭은 폴라에게 조시와 계속 관계를 가지라고 말한다. 그의 솔직함은 폴라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준다. 자신의 성적 흥분을 위해서 부인에게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라고 요청하는 남편이라니. 조시와 폴라 사이에서는 솔직한 게 좋아 보이다가도 폴라와 잭 사이에서는 솔직한 게 뭘까 싶어진다. 그래도 스토리는 솔직한 게 좋은 쪽으로 가는가 싶었으나....... 시즌2 언제 나오나요? Hurry up!



쿠팡플레이에서 볼만한 영국 드라마를 찾아보다 발견하게 되었는데 1회 당 길이가 평균 10분이다. 다른 것 다 재치고 그 점이 신기해서 보게 되었으나 내용이 파격적이라 끝까지 달리게 되었다. 10분*18회=180분(3시간)이면 다 본다. 단, 사람 속살과 신음 소리가 곳곳에 나오니 밖에서 보긴 힘들다. 그리고 불륜이라면 치를 떠는 분께는 추천하지 않는다. 

* 치터스 - 속이는 사람, 사기꾼

2023-11-07

더 테일러 시즌3 - 넷플릭스 튀르키예[터키] 드라마 (2023년 11월 공개)


한국과 닮은 점이 많은 튀르키예의 드라마는 어떤지 궁금해서 보게 된 1시즌 리뷰를 쓸 때만 해도 강하게 추천은 못 하겠다 했는데 3시즌까지 본 것을 보면 '내 마음 나도 몰라~'인가?

더 테일러의 주인공 세 사람이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테일러'

더 테일러 시즌 3


: 2023년 11월 3일 공개. 젬 카르즈 감독. 오누르 귀베나탐 크리에이터. 차아타이 울로소이(페야미), 살리흐 바뎀지(디미트리), 시파누르 귈(에스베트), 올군 심셰크(무스타파) 등 출연. 

시즌2에서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해서 미칠 것 같은 페야미 앞에 '젬레'라는 여자가 바람처럼 나타난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녀는 페야미를 구속하지도, 독점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의 옆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줄 뿐이다. 에스베트와 반대되는 느낌의 So Cool한 모습이 매력적이었던 젬레는 퇴장도 깔끔했다. 시즌이 계속되면 혹시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시즌3은 그야말로 디미트리의 무대라고 할 수 있겠다. 넷플릭스 공식홈에서 정면을 보고 있는 것이 이번 시즌의 주인공은 '나야 나~'라고 말하는 듯하다.

가장 친한 친구와 부인의 배신을 알게 된 디미트리는 그야말로 광기의 끝을 보여준다. 사이코패스 같은 아버지 밑에 자라면서 그 역시 사이코패스 같은 인간이 되었지만, 단 하나 페야미에 대한 마음 만큼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런 존재에게 배신을 당했으니....... 애증과 분노로 미쳐버린 그가 페야미와 에스베트 두 사람 만을 초대해서 벌이는 마지막 파티가 시즌3의 절정이자 압권이다. 누가 봐도 돌아이(또라이)이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도라이. 살리흐 바뎀지의 미친 연기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3시즌 후반부에서 한국과 튀르키예가 많이 닮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거기에서조차 가족이 나오나? 그냥 좀 따로 살면 안 돼요?😅 (보신 분은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더 테일러'는 2023년 한 해에 시즌 세 개가 나왔다. 시즌1 7편, 시즌2 8편, 시즌3 8편. 어쩐지 이야기 끊는 솜씨가 대단하다 싶었더니 회마다 런닝타임이 들쭉날쭉이다. 1시즌 1회가 47분, 3시즌 8회가 28분. 엔딩 크레딧이 4~5분쯤 되니까 1회 당 평균 30분 정도의 길이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이틀 만에 다 볼 수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찾으신다면 한번 도전해보세요.



2023-11-04

사랑한다면 그녀처럼 - MBC 베스트극장 (남주희 손현주 임호)


29년을 살아오면서 연애 한번 못한 주인공 남희. 중병에 걸리자 지금까지 못해본 것들을 해보기로 결심한다. 제일 먼저 그녀가 한 일은 3개월 동안 애인 노릇 해줄 남자를 구한 것.


남희와 성준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MBC 베스트극장 '사랑한다면 그녀처럼' 남주희 손현주


MBC 베스트극장 제288회 '사랑한다면 그녀처럼'


: 1997. 10.17 방영. 구선경 극본. 오경훈 연출. 남주희, 손현주, 임호, 강성연, 김기현, 이재훈, 이은철 등 출연.

방영 당시 재방송을 본 것 같은데 그마저도 중간부터 보았었다. (지금이야 웨이브에서 얼마든지 베스트극장을 볼 수 있지만) 다시 볼 방법이 없었던 시절엔 한번 보고 싶어지면 어찌나 안달이 나던지 유독 이 화가 그랬었다. 근 25년 만에 다시 보니 이럴 수가. 남희가 너무 불쌍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드라마 속 그녀는 누구보다 결단력 있고 강단 있는 캐릭터였다. 만약 다시 보지 않았다면 남희를 그저 바보 같고 가련한 여자로만 계속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진상들을 견디며 사는 은행원 남희(남주희)에게 그나마 낙이 있다면 짝사랑하는 남자 성준(손현주)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룸메이트의 애인이다. 속물 같은 친구는 양다리를 걸치고, 위암 선고를 받은 남희는 성준에게 마음이나 고백해보려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친구가 나타나 그를 다시 차지하고, 체념한 남희는 외모가 괜찮은 기훈(임호)을 고용해 가상 연애를 시작한다.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유흥을 즐기던 기훈은 처음엔 봉 잡았다고 좋아하지만 점점 남희의 순수함에 끌리게 된다. 그러던 중 남희는 진짜 솔로가 된 성준과 가까워지게 되는데.......

이 극에서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녹색'이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좋은 감정의 신호를 '그린 라이트(green light)'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2013년에 방영한 연애 상담 프로그램 '마녀사냥'의 영향이라고 한다(위키백과). 뭐 그렇다고 2013년 이전엔 녹색에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재 쓰이는 '그린라이트'와 상통하는 의미로 녹색이 극에 등장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남희와 기훈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MBC 베스트극장 사랑한다면 그녀처럼. 남주희 임호

남희가 성준에게 건네는 머그컵에 녹색이 들어있다. 성준이 좋아하는 카페의 이름은 그린 위치. 남희와 함께 쓰는 성준의 우산 색깔도 녹색이다. 남희에게 진심이 된 기훈이 입고 있는 재킷의 색깔도 녹색. 이쯤 되면 기훈의 스포츠카와 남희가 그를 처음 만난 날 입은 옷의 색깔이 붉은색인 게 우연은 아닌 것 같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 양희은의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중에서

남희의 연애 버킷 리스트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있었다. 그녀가 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것은 정작 사랑 따위에 질색하던 기훈이었다. 사랑을 포기한 남희가 스스로를 동정하듯 부르는 노래에서는 쓸쓸함이 짙게 묻어난다. 남희가 '잊지 못할 사람'을 생각하며 노래하는 동안 기훈은 '잊지 못할 이별'을 하고 성준은 '잊지 못할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는 장면. 이 화에서 가장 압권이다.

리뷰를 쓰다 보니 남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좋아한 것은 기훈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남희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저 행복해졌기만을 바라 본다.


* 기존 리뷰 중에 여주인공이 죽는다는 식으로 써놓은 게 있었다. 드라마를 보긴 한 걸까?
* 자신이 불치병에 걸린 줄 알고 하고싶은 거 다 해보다 인생이 좋게 풀리는 내용의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도 추천해본다.